뉴욕타임스(NYT), BBC방송 등에 따르면 투스크 의장은 이날 영국을 뺀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에게 서한을 보내 "새 미국 정부가 우려스러운 발표를 내 놓으며 우리 미래를 매우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투스크 의장은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 세계가 날이 갈수록 다극화되고 있다"며 "너무나 많은 이들이 공개적으로 반 유럽주의자, 유럽 회의론자가 되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미 워싱턴 내 변화는 EU를 어려운 상황에 몰아 넣고 있다"며 "새 미국 행정부는 지난 70년간의 미국 외교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투스크 의장은 오는 3일 몰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번 서한을 냈다. 회의 의제 설정을 책임지는 그가 이 같은 움직임을 취한 것은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EU의 우려가 크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투크스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이 외에도 중국의 해양 영유권 주장 강화, 인접국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적 정책, 급진 이슬람 세력으로 인한 중동·아프리카 테러와 무정부 상태 등을 유럽에 대한 위협으로 꼽았다.
그는 "세계 질서와 평화를 존속하려면 범대서양 유대를 약화시키거나 무효화하려는 이들에게 굴복해선 안 된다"며 "미국의 친구들에게 우리의 모토를 상기시켜야 한다. 뭉치면 일어서고 흩어지면 쓰러진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등 서방 결속체를 비판하고 미국과 전통적 앙숙인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꾀하면서 2차 대전 이후 국제 질서를 흔든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지지하며 추후 EU를 떠나는 회원국이 추가로 등장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예견했다. 유럽 내 극우파는 '트럼프 돌풍'을 등에 업고 역내 세력 확장을 꾀하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 국민전선(FN),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 네덜란드 자유당 등 유럽의 극우 정당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비슷한 '반 이민, 반 EU' 공약을 내걸고 올해 예정된 선거에서 표몰이를 준비하고 있다.
볼프 소장은 "우리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 그렇다고 미국을 ISIS(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다른 명칭)와 동급으로 선포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라며 "이런 식의 접근법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베를린 소재의 싱크탱크 '리처드 홀브룩 포럼'의 잔 테쇼 소장은 투스크 의장의 이번 서한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경고라기보다는 EU 회원국들에게 단결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영국과 EU 정상들은 3일 몰타 수도 발레타에서 회의를 열고 트럼프 시대, 브렉시트, 난민 문제 등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영국은 작년 국민투표로 EU를 떠나기로 결정했지만 아직 정식 탈퇴한 건 아니다.
이달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유럽 곳곳에서 전후 질서 해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이 앞장서서 트럼프의 정책을 비판했다.
유럽의회의 브렉시트 협상 책임자인 기 베르호프스타트 전 벨기에 총리는 지난 30일 한 싱크탱크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IS와 묶어 '유럽에 대한 3대 위협'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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