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대리인단 전원사퇴 염두에 둔 '시간 끌기' 포석 관측
노골적인 지연 전략 여론 부담에 '작전 변경' 가능성도
【서울=뉴시스】김승모 기자 = 최근 '전원 사퇴' 방침을 강하게 내비쳤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이 31일 검사 출신 최근서(59·사법연수원 13기)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했다.
사퇴는커녕 오히려 대리인단 보강을 한 것이어서 박 대통령 측의 속내가 뭔지를 놓고 의구심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지난 25일 열린 탄핵심판 9차 변론에서 오는 3월 13일 이전에 탄핵심판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발언에 대리인단 전원 사퇴를 의미하는 "중대 결심"을 거론하며 강력 반발했다.
발언이 나온 이후 헌재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공언대로 설 명절 연휴를 전후해 집단 사임하는 것은 아닌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변호사 강제주의' 논란도 불거졌다.
'각종 심판절차에서 당사자인 사인(私人)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지 아니하면 심판청구를 하거나 심판 수행을 하지 못한다'는 헌법재판소법 제25조3항 해석에 비춰볼 때 탄핵심판 심리에서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반드시 둬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란이다.
변호사 강제주의를 적용하면 대리인단이 전원 사퇴한 박 대통령 탄핵심판은 심리를 진행할 수 없게 된다. 반면 이를 적용하면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는 탄핵소추 대상자에게는 심리를 진행할 수 없어 탄핵심판 본질과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맞섰다.
국회 측은 지난 29일 '심판절차 진행에 관한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해 탄핵심판 심리에서 반드시 대리인을 둘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는 모두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사퇴할 경우를 전제로 한 갑론을박이었다.
하지만 정작 집단 사퇴 논란을 일으킨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이날 아무 설명도 없이 돌연 변호사를 추가 선임했다. '중대 결심'이나 '집단 사퇴'와는 거꾸로 가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대리인단은 이날 한 언론이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다음달 1일 전원 사임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고 보도한 내용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른 보도"라는 짤막한 해명만 취재진에 보내왔다.
집단 사퇴를 안 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집단 사퇴 방침은 변함 없으나 시기상 다음달 1일은 아니라는 것인지 등에 대한 추가 설명이 전혀 없어 또다시 분분한 추측을 낳았다.
언론뿐만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해석이나 전망이 엇갈린다.
대형 로펌에 근무하는 한 변호사는 "기존 대리인단의 전원 사퇴를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그는 "대리인을 먼저 추가 선임한 뒤 기존 대리인단이 집단 사퇴를 하는 방안이 아닐까 싶다"며 "대리인 한 명 없이 모두 사퇴하는 것보다 명분을 세울 수 있고, 이후 새롭게 선임된 변호인이 기록 검토에 필요한 시간을 요구할 수도 있어 지연 전략과도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다른 변호사는 "집단 사퇴를 불사하겠다는 중대 결심 발언을 한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대리인을 추가 선임했다는 것은 의외였다"고 운을 뗐다.
그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대리인단이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서 지연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한데 집단 사퇴와 같은 노골적인 전략을 쓰기는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며 "변론 전략을 일부 수정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추정했다.
이 변호사는 "어떤 전략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단순히 대리인단 보강 차원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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