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이 민주주의를 입에 담을 수 있나"
"말도 안 되는 여자를 변호하고 있느냐"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변호인인 이경재(68·사법연수원 4기) 변호사가 기자회견 과정에서 최씨의 태도를 비판하는 시민과 장시간 언쟁을 벌였다.
기자회견 시작 전부터 일부 시민의 고성이 오가는 등 회견은 순탄치 않았다.
이 변호사는 26일 오전 11시께 자신의 사무실이 위치한 서초구 정곡빌딩 사무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씨가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으로부터 강압 수사를 받았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서였다.
전날 최씨가 특검 압송 과정에서 "자백을 강요받고 있다"며 소리를 질렀던 만큼, 기자회견이 열린 사무실 앞 복도는 몰려든 취재진으로 비좁았다.
기자회견은 시작부터 요란했다. 한 30대 남성이 사무실을 나선 이 변호사를 향해 "악마의 변호사는 사라져라"고 외치면서부터다. 이 변호사는 사무실 직원에게 경찰에 신고할 것을 주문했다.
소동은 회견 중간에도 이어졌다. 이 변호사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한 40대 여성은 전날 최씨가 특검 출석 때 소리친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라는 말을 겨냥해 "최순실이 민주주의를 알고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여성은 이 변호사를 향해 "최씨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입에 담을 수가 있느냐" "우리가 일궈놓은 민주주의를 무슨 자격으로 입에 담는가" 등의 말을 쏟았고, 기자회견은 질의응답 과정에서 중단됐다.
이 변호사와와 해당 여성을 동시에 담으려는 사진 기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고, 플래시가 쉬지 않고 터졌다.
두 사람은 대면한 채로 수 분간 말을 이었다.
이 변호사가 "왜 변호인에 대해서"라고 말을 건네면 여성이 "말도 안 되는 여자를 변호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받거나, "헌법은 생각하지 않느냐"라고 물으면 "그 사람들이 헌법을 유린하지 않았냐"고 항의하는 식이었다.
이 변호사가 "지금 말하는 분이 어떤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면 누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느냐"고 묻기도 했지만, 해당 여성은 "올바른 변호사의 변호를 받겠다"는 말로 맞섰다.
대화 도중 이 변호사가 "어떤 의도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순간 여성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이 여성은 "억울해서 왔다. 자기 자식만 중요하나? 내 자식도 중요하다"고 소리쳤다.
이에 수분동안 대화를 이어가던 이 변호사는 취재진으로 눈길을 돌려 "어떤 시민이 변호인한테 이렇게 하는 게 바람직한 상황인가"라고 말한 뒤 사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이날 이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특검팀이 최씨에게 "삼족을 멸하겠다"고 말하는 등 강압수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kafka@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