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총연맹 관련 '현기환 정무수석→이병기 비서실장' 보고라인
'조윤선 수석→김기춘 실장' 시절엔 어버이연합 연루 의혹
【서울=뉴시스】김준모 김현섭 이혜원 기자 =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허현준(48)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한국자유총연맹(자유총연맹)에 시국 집회를 열라고 지시한 사실이 23일 확인돼 주목된다.
허 행정관은 과거 어버이연합 관제 데모 의혹에도 배후로 등장하는 등 결과적으로 두 단체 집회에 모두 개입한 인물로 파악됐다.
따라서 각종 관제 데모를 기획한 청와대 윗선을 밝혀줄 '키맨'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허 행정관은 전북대 '88학번'으로 1993년 전북대 총학생회장과 전북총련 의장을 지낸 학생 운동권 출신 인사다. 범청학련사건과 서울대 범민족대회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두 차례 구속된 전력도 있다.
허 행정관은 그러나 90년대 후반 노선을 급선회했다. 그는 2004년 출범한 뉴라이트계열 시민단체 자유주의연대에서 활동했고 2006년 '뉴라이트 재단'을 거쳐 2008년 개명된 '시대정신'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 출범 초 청와대에 입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어떤 계기로 청와대에 입성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허 행정관이 언론의 주목을 받은 건 지난해 4월 이른바 '어버이연합 게이트' 때다. 당시 허 행정관은 어버이연합을 동원해 세월호 유가족 단식농성 규탄 집회 등 관제 데모를 열게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 어버이연합은 관제 데모를 연 대가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로부터 지원금 5억여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샀다.
정 전 비서관은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으로 이동했으나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에 관여한 혐의로 최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의해 구속된 상태다. 어버이연합 관제 데모 당시 정 전 비서관의 청와대 보고라인은 '조윤선 정무수석(2014년 6월~2015년 5월 재임)→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2013년 8월~2015년 2월 재임)'이었다.
허 행정관이 자유총연맹에 관제 데모를 지시한 2015년엔 어버이연합 집회 동원 때와는 보고 라인이 달랐다. 바로 윗선은 정 전 비서관이었지만 정무수석은 현기환 전 의원(2015년 7월~2016년 6월 재임)이었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 대신 이병기 비서실장(2015년 2월~2016년 5월 재임)이 허 행정관 보고라인의 정점에 있었다. 현기환 전 의원은 현재 부산 엘시티 비리 사건에 연루돼 구속수감된 상태다.
허 행정관과 관제 데모를 논의했던 자유총연맹 전 고위 관계자 A씨는 "허 행정관을 보면서 속으로 '변절자가 더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며 "허 행정관 본인은 쑥쓰러워하면서도 '이게 정상'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변절한 사람은 더 충신처럼 보이지 않냐. 진보 진영에서 활동했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나보다도 더 수구인 것 같았다"면서 "그러나 인간적으로는 예의 바르고 자기 권세를 부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민주노총 등 시민단체는 지난해 5월 허 행정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했으나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심우정)는 아직까지 수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jkim@newsis.com
afero@newsis.com
hey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