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돈이 없다]'탕진잼' '핫딜 노마드族'…줄어든 '청년 소비'에 씁쓸한 신조어

기사등록 2017/01/18 14:38:16 최종수정 2017/01/18 14:49:28
취업난·주거비 상승·불안한 미래 등 청년층 지갑 닫아
청년층 인구 감소추세와 맞물려 내수 장기둔화 가능성
뽑기방·랜덤박스 등 요행 바라는 소비 현상도 늘어나

【서울=뉴시스】김종민 기자 = 실업률이 지난해 사상 최대로 치솟은 가운데 청년층의 소비도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취업난뿐 아니라 주거비 상승, 가계부채, 불안한 미래 등의 영향으로 청년층이 지갑을 닫은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통계청 가계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가운데 29세 이하 가구의 지난해 3분기 소비지출은 205만742원으로 5년전 201만4451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5년간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9%대가 넘어 사실상 소비지출은 크게 줄어든 셈이다. 반면 5년새 집값과 전월세금이 오르면서 주거비 지출은 39세 이하 가구 기준으로 51.9%나 늘었다.

 아울러 청년층의 소득문제뿐 아니라 이들의 인구마저 감소추세에 접어 들었다. 이에 따라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가 지속되고 내수는 더욱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암울한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세일 등 정부의 내수 진작책이 최근 몇년새 이어져 어느정도 효과를 보고 있긴하나 주로 백화점 주 고객층인 40, 50대에게 헤택이 주어졌다. 지갑 사정이 좋지 않은 2030 청년층에겐 '백화점 쇼핑'은 언감생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패션과 트렌드에 민감하고 감각적인 2030세대들이 '호모 컨슈머스(Homo Consumus: 소비하는 인간)로의 존재의 가치를 포기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 이들 사이에선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는데 따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른바 '가성비'를 따지는 가치소비 경향뿐 아니라 적은 금액으로 최대한의 만족을 노리고, 당장 치고오르는 소비욕구를 억제하며 최저가 제품을 기다리는 등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는 소비와 관련된 젊은층의 신조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SNS 상에서 널리 쓰이는 용어 '탕진잼'은 다 사용해서 없앤다는 의미의 '탕진'과 재미를 줄인 '잼'이 합쳐져 생긴 신조어로, 적은 금액으로 최대 만족을 누리는 2030 세대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일컫는다.

 보통 몇천원 수준의 생활용품과 화장품 등이 '탕진잼'의 대상이다. 예를들어 롭스, 올리브영 등 드럭스토어나 다이소 등에서 1000원짜리 양말을 10켤레와 2000원짜리 메니큐어를 색깔별로 여러개 사고 화장솜, 면봉 등을 구입해 정해진 쇼핑한도 내에서 마음껏 낭비하는 형태다.

 거의 최저가 제품들로만 불과 2~4만원을 낭비하는 것조차 경제력이 달리는 청년층들은 '탕진'이라고 자조하며 씁쓸함을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또 쇼셜커머스나 인터넷쇼핑몰에서 각종 이벤트와 상품을 묶어 판매 시간을 짧게 예고한 뒤 해당 시간대에 소비자에게 할인 판매하는 '핫딜'만을 쫓아다니는 소비자 '핫딜 노마드족' 역시 불황이 낳은 젊은층들의 신조어다.

 꼭 필요한 물건임에도 파격적인 할인 혜택이 없다면 지갑을 열지 않고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해 최대한 구매 정보를 수집해 저렴한 상품들이 판매되는 곳이라면 이곳 저곳에서 구매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온라인몰 업계 전략도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마케팅보다는 '핫딜'에 집중하며 할인과 이벤트에 열중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졸 실업자가 30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고용안정을 느낄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 과제다. 최근 유행하는 신조어에서도 알 수 있듯 '청년 소비 절벽'이라고 불릴만큼 취업난, 주거비 상승 등 청년층 구매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불황에 맞물려 요행을 바라는 인형뽑기방, 랜덤박스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도 청년 구매력 하락에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jm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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