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최순실(60·구속기소)씨가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김기춘(78) 전 비서실장에 대해 "아예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안 전 수석이 미르·K스포츠 재단의 출연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한 사실 등을 감안하면 향후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최씨는 미르재단 설립 과정에서 안 전 수석에게 연락을 받은 사실이 있냐는 박 대통령측 변호인단의 질문에 "안 수석 자체를 모른다. 연락받은 적 없다"고 진술했다. 미르재단의 설립 과정에 자신이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나온 진술이었다.
그러나 안 전 수석은 미르·K스포츠 재단이 설립되는 과정에서 대기업을 상대로 출연금을 내놓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안 전 수석이 미르·K스포츠 재단을 사실상 지배하거나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최씨의 존재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증거는 이미 나온 적이 있다. 실제로 지난 11일 재판에서 검찰은 안 전 수석과 정동춘 K스포츠재단 전 이사장의 통화 녹취를 공개했다. 이 녹취에서 안 전 수석은 최 씨를 직접 언급했다.
이 통화에서 안 전수석은 정 전 이사장에게 "미르와 K스포츠 두 재단의 효율적 운영과 야당의 문제제기 때문에 해산하고 통합할 예정"이라며 "새 재단에서 정 전 이사장을 비롯한 다른 직원들 고용은 확실히 승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수석은 "이 부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보고하고 진행하고 있다"면서 "대통령도 최 여사(최순실)에게 이미 말했을 것이라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안 전 수석이 미르·K스포츠 재단을 사실상 지배했던 최씨의 존재를 미리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통화에서 정 전 이사장은 "최 여사(최순실)와의 협의하에 전경련 측에 K스포츠재단에 대한 존속 의견을 냈음에도 거절당해서 서운하다"며 "직원의 고용을 승계해준다면 적극 협조해주겠다"고 응답했다.
최씨는 김기춘 전 실장에 대해서도 비슷한 진술로 일관했다. 최씨는 김 전 실장을 통해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을 만난 적이 있냐는 질문에 "김 전 실장 자체를 모른다"고 답했다. 김 전 실장도 "최씨를 모른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12월7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는 "최순실을 모른다"고 버티던 김 전 실장의 거짓말이 들통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2007년 대선후보 검증 청문회 영상을 공개했는데, 이 동영상은 당시 박근혜 캠프의 법률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던 김 전 실장이 최씨의 이름이 수차례 언급되는 현장에 앉아있었던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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