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소 "조선산업, 노조 배제한 일방적 구조조정 위기 가중시켜"

기사등록 2017/01/15 06:00:00
【울산=뉴시스】박진희 기자 = 현대중공업이 공식휴무일인 노조 창립기념일(28일)과 29일과 30일 연차를 넣어 다음 달 15일까지 1972년 창립 이후 가장 긴 19일간 여름 휴가에 들어간다. 2016.07.28.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극심한 불황으로 올해 조선업계의 실업난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노조 참여를 배제한 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은 조선산업의 위기를 오히려 가중시킬 수 있다고 국책연구원이 비판했다.

 15일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이 지난해말까지 수주잔량 덕분에 위기 상황에서도 고용유지 여력이 있었지만 기존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마무리되고 신규 수주물량이 거의 없는 올해는 더 큰 규모의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조선 빅3'는 올해 4000여명의 인력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올해 2000여명의 인원을 추가 감축할 예정이고, 삼성중공업은 직원 1800여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계획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구체적인 수치는 내놓지 않았지만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조선산업의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시작됐지만 해양플랜트 대량발주로 위기를 넘기는 듯했다. 그러나 2013년 유가 하락과 맞물려 2014년에는 한국 조선산업의 구조적 위기가 심화됐다.

 이듬해 대형조선 3사가 수조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해 희망퇴직 등으로 인력 감축에 나선데 이어 2016년에는 감축폭을 더 확대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조선업 종사자는 15만9811명으로 1년 전보다 2만5560명이 줄었고 2015년 12월 대비 2만7841명 감소했다.

 다른 조선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현대중공업도 지난해 11월말 기준 임직원 수는 2만3400여명, 사내협력사 직원 수는 2만6850여명 등 총 5만250여명이다. 지난 2015년 1월 말 기준 총 6만6770여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년여만에 24.7%(1만6520여명)가 구조조정의 칼바람에 회사를 떠난 것이다.

 최근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은 채권은행인 국책은행과 국책은행의 대주주인 정부가 중심이 되어 주로 재무적 측면에서 비용감축과 지원을 중심으로 단행됐다. 지금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과 관련인사에 대한 문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조선 빅3가 큰 타격을 입게 된건 해양플랜트 때문"이라며 "정부가 시장 전망을 잘 못했고 사측은 준비가 덜 된 상태로 무리하게 진출하려다 실패한 것"이라고 전했다.

【울산=뉴시스】배병수 기자 = 10일 오후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며 울산 동구 일원에서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2016.11.10.  bbs@newsis.com
 구조조정 과정에서 원청과 하청 근로자 사이에 '차별'이 존재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원청 정규직은 일자리를 잃어도 회사로부터 일정한 보상을 받는 반면 하청근로자, 블록제조업체, 조선기자재업체 등은 적절한 지원없이 일자리를 잃거나 사업이 폐쇄되는 등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안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 같은 산업구조조정은 노사관계 측면에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구조조정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며 "이해당사자들의 참여없이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이를 둘러싼 노사갈등이 더욱 심각해져 위기에 빠진 조선산업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노동계와 충분한 합의 없이 구조조정이 이뤄짐으로써 파업이 잦았다는 지적이 일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총 40차례에 걸친 파업으로 구조조정에 가장 강력히 반발했다. STX조선 노조는 8차례 파업으로 저항했다. 삼성중공업은 2차례 파업을 벌였고, 대우조선노조은 11차례 부분파업을 실시했다.

 곽상신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은 "현대중공업 노조가 파업을 계속 벌이는 것은 올해 단체교섭에서 노사 갈등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게다가 회사가 구조조정을 계속 추진함으로써 노사 갈등이 심해 파업이 장기간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은 올해 상시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만큼 사회적 협의를 통한 구조조정 고통 분담과 대안 마련을 위한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조선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제기됐던 몇가지 과제들도 논의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며 "예를 들어, 불가피한 구조조정기에 사업장 단위에서는 노사가 노동시간 단축과 무급순환휴직 등을 통한 고용유지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실업급여 수급 확대와 희망센터를 통한 재교육 및 일자리 알선 등을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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