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2보]이영선 "답변 못해" 일관…헌재 "돈봉투 전달보다 최순실 출입이 기밀인가" 질책

기사등록 2017/01/12 12:39:16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4회 변론기일인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7.01.12. suncho21@newsis.com
탄핵심판 증인 출석…질문 대부분에 "업무상 말 못해"
 강일원 주심 재판관 "본인 범죄 관련 아니면 증언해야"
 "증언거부 사유 아니므로 밝히라"는 다수 재판관 질책에도 '답변' 거부

【서울=뉴시스】김현섭 김승모 나운채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한 이영선(39) 청와대 행정관이 주요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하다 재판관으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았다.

 12일 헌법재판소 심리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4차 변론에서 이 행정관은 "청와대서 근무하는 동안 업무를 보러 나가거나 들어올 때 부서에 배차된 공용차량 이용을 했느냐"고 묻자 "카니발이 업무차량인건 맞지만 업무에 관해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고 대답했다.

 이어 그는 "나가고 들어오는 매 건마다 승인절차 안 하지 않았느냐" "'기치료 아줌마' 등 속칭 보안손님 데리고 들어온 적 있느냐'"는 질문에 "내 담당업무가 아니라 모른다" "죄송하지만, 업무 특성상 출입 관련한 건 말씀 못 드린다"고 답했다.

 이 행정관은 국회 측 대리인단인 최규진 변호사가 "보안손님 데리고 들어올 때 안봉근·정호성·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 등에게 알려준 적 있느냐"고 묻자 "제가 보안손님을 데리고 들어왔다고 말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들어온 적이 없다는 것이냐, 말할 수 없단 것이냐"고 최 변호사가 되묻자 다시 "업무와 관련된 건 보안사항이라 말씀드릴 수 없다"고 '모범답안'을 반복했다.

 이 행정관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단편적 질문에도 답변을 회피하자 국회 소추위원인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은 "본인이나 가족의 범죄사실이 아님에도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며 "재판장님께서 소송지휘권을 발동해서 있는 그대로 진술하도록 조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박한철 헌재소장은 "업무 관련 사항에 대해 증언할 수 없다고 하는데 본인의 형사책임을 불러오기 때문이냐"고 소명을 요구했고, 이 행정관은 "대통령 경호에 관한 법률을 보면 기밀 문항이 있다. 법률에 의해서 직무관련 내용을 말씀 못 드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고는 최 변호사가 "최순실을 한 달에 몇 번이나 청와대로 데리고 갔느냐"며 질문을 이어가자 다시 "업무 특성상 출입 관련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결국 "최순실씨의 과거 청와대 출입이 국가안보와 관련된 것이냐. 아니지 않느냐. 그게 범죄와 연결돼 있느냐. 본인 가족과 연결돼 있느냐"며 답답하다는 듯 질문을 연이어 던졌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4회 변론이 진행되고 있다. 2017.01.12. suncho21@newsis.com
 강 재판관은 이 행정관이 다소 말을 더듬으면서 "제가 대통령 경호원으로서…"라고 대답하자 말을 끊으면서 "그걸 묻는 게 아니다. 본인 범죄 관련된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다시 물었다.

 이에 이 행정관이 다시 대통령 경호실 소속으로서 법률 위배 문제를 거론하려 하자 "그런 것은 걱정 안 해도 된다. 본인 범죄 관련 있는 것 아니면 증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 행정관은 이후에도 최씨 등 기치료 아주머니나 주사아주머니 등이 어떠한 일로 관저에 왔는지 아는 바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강 재판관은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에도 이 행정관의 증언을 막으려는 의도로 내비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주의를 줬다.

 강 재판관은 "(최씨가) 청와대 관저 출입하는 사실이 없다는 점을 다투는 것이냐. 그게 뭐가 그리 어렵냐. 윤전추 행정관도 관저에서 최씨를 봤다고 증언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측이 "전혀 방문한 사실이 없다는 주장은 아니고 좀 더 확인하려는 취지"라고 답했지만, 강 재판관은 "그게 국가 기밀이냐"고 따졌다.

 강 재판관은 "아까도 그 부분에 대해 증언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굉장히 이의제기했다"며 "제 생각에는 박 대통령께서 돈 봉투를 외부에 전달하는 게 더 큰 기밀 같은데 그거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물으시면서 최씨가 (청와대) 출입한 증언을 막으려는 이유는 뭐냐"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강 재판관은 이 행정관에 직접 질문을 던졌다.

 강 재판관은 "(증인이) 계속 법률 걱정을 하는데 재판부가 보기에 해당 부분은 국가기밀이 아니어서 증언거부 사유가 아니다"며 "최씨가 관저에 대략 어느 정도 출입했는지 연 1회, 월 1회 어느 정도냐"고 물었다.

 하지만 이 행정관은 "출입 관련해서 대통령 모시는 경호원으로서 제가 비밀 누설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또다시 답변을 거부했다.

 결국 강 재판관은 "대통령께서 돈을 외부에 줬다는 부분이 더 큰 비밀 같은데 그것은 편하게 말하면서 왜 최씨가 청와대 들어온 것은 큰 비밀이냐"며 "경호 전공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증인이 기밀 기준을 말해 보라"고 재차 질문했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4회 변론기일인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권성동(오른쪽) 국회 탄핵소추위원장과 위원단이 재판준비를 하고 있다.  2017.01.12. suncho21@newsis.com
 안창호 재판관도 "사실대로 얘기하라. 그렇게 해야 오히려 억울함이 없을 수 없다"며 "지난번 최씨가 억울함 많다 진실 밝혀달라는 취지로 얘기했던 것 같은데 사실을 얘기해야지 억울함도 풀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재판관은 "청와대 조리장의 언론 인터뷰 등을 보면 최씨가 1주일에 한 번 가량 청와대 관저 방문했다고 했는데 사실이 아니냐"고 되물었지만, 이 행정관은 "출입 관련해서 제가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안 재판관은 "앞서 여러 재판관께서 말씀했지만, 증언을 거부할 사안은 아닌 거 같다"며 "이런 사실은 청와대 조리장께서 증인으로 나오면 밝혀지는 것으로 사실대로 이야기하는 게 더 좋지 않나. 성의껏 답변해 달라"고 다시금 주의를 줬다.

 소추위원측 권 법사위원장도 "증인 논리라면 의상실 가서 (최씨를) 만나고 대금을 지급하고 이런 것은 직무인데 이런 부분은 다 증언하고 TV에서 노출되거나 알려진 것은 다 확인해주면서 나머지 부분을 거부하는 것은 옳지 못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행정관은 이날 증언에서 "'기치료 아줌마'는 (자유로운 청와대 출입이 가능한) 등록이 안 된 인물로 이해하면 되나"라는 국회 측 대리인단의 질문에 "그 사람들은 직원이 아니다"라며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박 대통령 경호원 출신인 이 행정관은 청와대 제2부속실에 근무할 때 '비선실세' 최순실(61)씨의 '개인비서'와도 같은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의 일명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중요 정보를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행정관은 이날 오전 9시37분께 택시를 타고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4차 변론이 열린 헌법재판소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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