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스 프리버스 트럼프 행정부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는 8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특정 캠페인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프리버스의 이같은 발언은 이제까지 트럼프의 발언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미 국가정보국(DNI)은 지난 6일 공개한 25쪽 분량 기밀해제 보고서에서 “푸틴이 해킹을 지시했다는 결론은 분명하다”면서 그의 지시를 받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미국 대선을 방해하기 위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이메일을 해킹했다고 밝혔다.
DNI 보고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트럼프와 의회지도자에게도 보고됐다. 트럼프는 DNI의 보고서 공개 이후 AP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정보기관 책임자들과의 토론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라고 말하면서도 러시아의 대선 개입 동기와 관련해서는 DNI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서는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좋은 일이지 나쁜 일이 아니다. 바보들만 그게 나쁘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러시아는 지금보다 훨씬 더 미국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그는 트위터를 통해 “(세계적인 폭로 전문사이트인 위키리크스 창립자인) 줄리안 어산지는 ‘14살짜리라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대선후보의 선거운동본부장이던) 존 포데스타를 해킹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도 미국 민주당전국위원회(DNC)는 부주의한가?’ 어산지는 또한 러시아로부터 정보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라고 힐난했다.
프리버스는 그러나 트럼프가 미 정보기관의 보고를 받은 뒤 이를 수용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제까지의 입장과는 다소 진전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여전히 러시아의 해킹에 대해 어떤 조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해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트럼프가 미 정보기관의 보고서를 인정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제재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레이엄 의원은 “트럼프는 (미국대통령으로 취임을 하게 되면) 이제 곧 자유세계의 수호자가 된다. 그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러시아가 개입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보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다음은 이란, 중국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 역시 트럼프가 러시아에 대해 사이버 차원이든 군사적 차원이든 좀 더 균형 잡힌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11일 트럼프는 뉴욕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는다. 미국 언론들은 이 때 트럼프가 러시아의 해킹과 관련해 어떤 조처를 내놓을 것인지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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