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규 인터뷰②]"2015년부터 대기업 임원들 '최순실 말고는 답이 없더라' 얘기"

기사등록 2017/01/10 15:28:51
"삼성·KT·SK·CJ 등은 2013년 후반부터 최순실 존재 알아…밀접한 관계 맺어"
 "최순실이 뭔가를 할 거고 절대로 관여하지 마라" 경고에도 재단에 기금 출연
 "2012년 정호성에 '정윤회·최순실 해외 나가서 박 대통령 죽으면 들어오라 해라" 충고
 "정호성, '그런 분들 아니다'라며 펄쩍 뛰어…정윤회와 전화 통화는 인정"

【서울=뉴시스】이현미 기자= 지난 2007년 이른바 '박근혜 검증보고서'를 작성한 임현규(53) 와칭 인사이트 대표는 그 보고서를 작성하고 5개월간 구치소 생활을 했다.

 이에 대해 임 대표는 지금까지도 "도대체 내가 왜 잡혀갔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임 대표는 최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국정농단사건 대해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고 착잡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고 사력을 다해 지적할 때는 외면 당하다가, 10년이 지나 전 국민이 상처를 입을대로 입은 뒤에야 거짓이 한꺼풀씩 벗겨지는 현실이 못내 안타까운 듯 보였다.    

 -2007년 8월 2일 긴급 체포된 이유는. 

 "잡혀가서야 알았는데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당시 이명박 후보 선거사무실이 있던 여의도 용산빌딩 앞에서 점심식사 후 커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다가 잡혀갔었지. 김해효 목사가 2007년 당시 ‘박근혜의 육영재단 관련 의혹과 최태민과 최순실 부녀의 비리에 대한 검증을 요청하며’라는 회견문으로 기자회견을 했다. 당시 김해효 목사의 기자회견문은 내가 쓰지 않았다. 다만, 한나라당에 제출하는 기자회견문이 있었는데 정두언 전 의원 측에서 그 회견문을 문장이 되도록 만들어 달라고 해서 그것을 해줬다. 그리고 한달 후에 긴급 체포됐다. 그 건으로 내가 잡혀 들어갈 거라고는 생각조차 안 했었다. 구속된 후 일주일간 보도된 기사를 검색했더니 '임현규'라는 정책특보가 잡혀 들어갔는데, 주민등록증 불법 발급에 국가정보원과 내통했다고 되어 있더라. 나는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적이 없고, 국정원과 내통한 적도 없다. 기업정보 등을 보기 위해서 등기부등본 몇 십 통을 뗀 것 밖에 없다. 등기부등본 뗀 게 어떻게 불법이냐."

 -실형이 선고되지 않았나. 

 "1심에서 징역 1년이 선고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5개월간 구치소 생활을 했다. 김해효 목사 고발장에 보면 김해효 목사가 성명미상의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서 했다는 데, 그게 나다. 당시 기사를 한번 찾아봐라. 최태민 관련 얘기는 단 한마디도 안하고 임현규가 국정원과 내통해서 최태민 관련 자료를 불법적으로 사용해 김대업(이회창 전 의원 아들의 병역 의혹 제기)처럼 네거티브팀을 만들었다고 되어 있다."


 "최태민 본질 제껴놓고 추측으로 몰아가…정윤회 문건 사건·JTBC 태블릿 PC 몰아가기와 비슷"
 "김기춘·유영하·손범규가 박근혜 캠프 법률지원단…지금과 인적 구성도 비슷"


 -왜 타깃이 됐다고 생각하나.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의 목적은 최태민 관련 내용을 덮으려는 것이었다. 이들이 잘 쓰는 방법 있잖아. 본질은 제껴 놓고 추측으로 몰아가는 수법을 쓴 거다. 정윤회 문건 사건도 결국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몰아갔잖아. 지금 JTBC의 태블릿 PC도 마찬가지다. 인적 구성도 지금과 똑같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국정조사에서 김기춘 동영상을 찾아냈다고 했는데, 김기춘은 그때 박근혜 캠프 법무총괄이었다. 그 밑에 법률특보가 두 명 있었는데, 한 사람은 국정농단사건 검찰 수사 당시 박 대통령을 변호한 유영하이고 다른 한 사람은 현재 탄핵심판 사건에서 박 대통령 대리인단에 포함된 손범규다. 잘 봐라. 지금 포맷과 똑같잖아. 그때도 처음에 최순실이 개인적으로 김해효 목사를 망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어 손범규가 캠프의 입장이라면서 다시 김해효 목사를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한다. 나는 이 모든 시나리오를 김기춘이 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 김기춘인가.  

 "오히려 구치소에서 나온 후에 김기춘이 핵심이라고 확신하게 됐다. 김기춘이 법률총괄이었는데 자기 밑에 법률특보들이 하는 일을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또 최순실과 함께 대응했는데 최순실을 왜 모른다는 건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결국 최태민과 최순실의 그림자는 김기춘을 비롯한 부역자들을 통해서 지난 30~40년간 이어져왔다는 것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최태민이 아무리 날고 기는 사람이었다고 해도 거기에 충성하고, 최태민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MB가 대통령이 됐으니 좋은 시절이 왔다고 생각했겠는데.  

 "MB가 2007년 12월 19일에 당선되고 내가 같은해 12월 21일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돼 나왔다. 정치적인 재판이었다고 생각한다. 검찰이나 사법부나 MB와 박근혜, 민주당의 눈치를 다 봐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깐."

 -나와서 제일 먼저 한 게 뭔가.

 "먹고 살 걱정부터 했지."


 "MB 집권 3년차에 복권시켜줘…생활고에 아내는 암까지 걸려"
 "박근혜 의원 쪽에서 싫어해 집권 초기 사면복권 안 해줬다고 해"


 -MB가 대통령이 됐는데 뭐가 걱정인가. 

 "그때 가족들과 먹고 살아야 하니깐 빠르면 취임 때 사면복권을 시켜주든지, 늦어도 8월 광복절에는 해주기를 바란다는 뜻을 MB측에 전달했다. 그래서 당시 내가 8개월을 놀았다. 집행유예가 풀려야 월급쟁이를 하든, 사업을 하든 할 수 있으니깐 그것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MB가 집권 3년차에 복권시켜 주더라. 사면은 이미 집행유예 기간인 2년이 지났으니 아니고 복권만 해 준 거다. 복권도 속된 말로 마지못해서 해줬다."  

 -왜 그랬지. 이해가 안 되는데.

 "첫해는 왜 안 해 주냐고 하니깐 당시 박근혜 의원 쪽에서 싫어한다고 하더라. 그 첫해에 서청원 의원이 사면복권 됐잖아. 그래서 화합 차원에서 나도 당연히 해줄 줄 알았다. 취직해서 먹고 살아야 하잖아. 그런데 그걸 해주지 않아서 8개월간 백수생활을 했고, 나머지 2년 정도는 내가 교수 출신이니깐 주변 지인들의 도움으로 기업체나 연구소 등에 있었다."

 -힘든 시간이었을 것 같다.

 "정신병이 올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 설상가상으로 5개월 감방살이를 하고 나오니 아내가 암에 걸렸더라. 그 이후로 1년간은 정신이 없었다. 어쩌면 감방에 있을 때보다 더 어렵고 힘든 시간이었다. 남들은 MB 당선됐다고 장관도 하고, 국회의원에도 출마하고 하는데 나는 도대체 무엇을 얻겠다고 아내 암까지 걸리면서 이렇게 해야 하나 눈물이 나더라. 지인들이 도와줘서 견딜 수 있었다."


 "KT 간 것도 MB가 챙겨준 것 아냐…도저히 세상을 살 수 없어서 다리 건너 부탁해서 갔다"


 -KT는 어떻게 갔나.

 "KT 부사장으로 갔던 것도 MB가 챙겨준 게 아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1~2년 전에 내가 여론조사 분석하고 홍보 관련된 일을 해온 것을 아는 사람이 자신들을 지원해달라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알고 보니 그 조직이 박 대통령과 아주 최근접해 있었나 보더라. 실업자로 도저히 세상을 살 수가 없어서 그때 그 다리 건너 건너에 있는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갔다. 살아보려고 기업에 있는 지인들에게 경영경제연구소나 다른 여타 연구소는 내가 박사 학위도 있고 하니깐 사회 공공정책 등에 대한 보고서를 쓸 수 있으니 이력서를 내도 되지 않겠느냐고 했었다. 그런데 내 이력서가 몇 번이나 사장 결제까지 올라갔다가 안 됐다. '박근혜가 다음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고 밑에서 얘기한 거다. 그래서 KT로 갔던 거다. MB가 챙겨준 게 아니다."

 -KT에도 오래 못 있었다.

 "박근혜 정부 탄생 공신들이라는 사람들이 우리도 지금 좋은 자리 못가고 있는데 임현규가 왜 저기 가 있느냐고 난리가 나서 결국 오래 못 있었다. 그때 그 난리를 피운 사람 중에 한 사람이 이번에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조사를 받고 있더라. 당시 기사를 보면 이석채 회장이 임현규를 저격수로 데리고 왔다 이런 게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결국 MB는 안 챙겨주고, 박 대통령과는 척을 지게 됐네.

 "그래도 정호성 전 비서관이 2012년에 찾아왔더라."

 -2012년 언제 찾아왔나.

 "연초로 기억한다."


 "정호성, 2012년 찾아와 최태민 검증자료 요청…정윤회와 연락한다고"  


 -찾아온 이유는.
 "야당이 박 대통령에 대해 네거티브를 하고 있어서 준비를 해야 하는데 박 대통령에게 직접 그(최태민 관련) 내용을 물어보지를 못하니깐 내가 박 대통령 검증 당시 정리했던 내용들을 줄 수 있냐고 하더라. 그래서 전체 주제별로 자료를 프린트해서 줬다. 어떤 게 포인트고 어떻게 대응해라, 그리고 모르는 것 있으면 연락하라고 했는데 그 뒤로는 연락이 없었다. 그때 정윤회와 최순실 얘기도 했었다."

 -정윤회와 최순실 관련해선 무슨 얘기를 했었나.  

 "그때 점심 때 밥 먹으면서 만났다. 박 대통령 이야기의 제일 핵심은 최태민과 정윤회 그런 사람들이라고 했더니 '지금은 안 만난다'고 그러더라. 그래서 내가 '그렇더라도 당신은 정윤회와 통화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통화는 한다'고 했다. 내가 아무래도 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것 같으니 정윤회와 최순실한테 지금 바로 외국 나가라고 해라. 그리고 한국에 들어오지 말라고 해라. 박 대통령 죽을 때나 들어오라고 하라고 했었다."

 -정 전 비서관이 뭐라든가.

 "뭐라기는 펄쩍 뛰었지. 정 전 비서관이 '아, 그 분들, 그런 분들 아니고 전혀 상관도 없다'하면서 펄쩍 뛰더라. 그래서 아 그러냐. 니들이 알아서 해라. 나는 그냥 해주는 말이다. 내가 니들 잘 돼라고 해주는 말이 아니고 야당쪽에서 하는 네거티브 전략에 대응하는 측면에서 얘기해주는 거라고 말하고 말았다."   

 -정 전 비서관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네. 

 "오히려 '정윤회 같은 사람이 없다'고 그랬지. 그러면서 내가 '솔직히 말해서 당신은 (정윤회와) 통화하죠?'라고 했더니 연락한다고 답했다."  

 -당시 정윤회는 뭘 하고 있었나.

 "낭인이자 실업자였지. 그런데 알고 보니 그때 비선조직인 삼성동팀에서 핵심으로 있었다는 것 아닌가."    

 -대선 정국에서 정윤회는 드러나지 않았는데.

 "전혀 없었지. 그런데 지금 새누리당 안팎에서 들리는 얘기로는 비선조직인 삼성동팀에 있었다고 하지 않나."

 -정 전 비서관 말고 찾아온 사람들은 없었나.

 "박 대통령 측근이나 이런 사람들이 아니라 기업인들과 정치인들이 좀 있었다."

 -찾아온 이유는.

 "찾아왔다기보다는 나와 아는 사람들이니 정확하게 얘기하면 만난 거지. 그러다 자연스럽게 최순실 관련 얘기가 나왔다. 기업 등의 입장에선 박근혜 정권의 로비 창구가 누구인지를 알고 싶었던 거겠지. 그리고 내가 2007년에 검증을 했으니 물어본 게 아닐까 싶다."

 -삼성은 최순실의 존재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한 번 봤다. 내가 하지 말라고 했다."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할 때인가.

 "출연하는지는 모르는 상태에서 최순실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얘기를 했었다. 박 대통령 당선되고 1년 이내에 최순실을 기업들이 로비 창구로 삼거나 실제로 로비를 할 거다. 그리고 최순실이 그런 짓을 할 거다. 그럴 때 거기에 관여하지 말라고 했었다. 이런 일이 벌어질 게 뻔했으니깐."  

 -그게 언제인가.

 "한 3년 전부터라고 봐야겠네. 박 대통령 임기가 2013년 2월부터 시작됐으니깐. 2014년에도 얘기했다. 국회의원들에게는 박 대통령이 어떤 자리를 주더라도 하지 말라고 했다."  

 -기업인과 정치인에게 했던 얘기를 좀더 정확하게 설명해달라.

 "최순실이 뭔가를 할 거다. 거기에 절대로 관여하지 마라. 기업 같은 경우는 뻔한 현안들이 있잖아. 사면복권이라든지, 업무 관련 민원들이 있다. 그래서 정권마다 그것 때문에 줄을 대려고 하잖아. 그런데 초창기 때 그 기사들 많이 나왔잖아. 도대체 이 정권의 핵심은 누구냐. 그래서 내가 기업 임원들한테 최순실이고 정윤회인데 그 사람들이 아니면 박 대통령이 절대로 움직일 사람이 아니라고 얘기했다."


 "기업들 2013년 후반부터 최순실 실체 명확히 알아…2015년부터 '최순실 말고는 답이 없다'고 말해" 
 

 -기업들이 최순실의 실체를 명확하게 파악한 게 언제라고 느꼈나.

 "2013년 후반부터였다고 본다. 전체 기업들이 아니라 그 중에 몇몇 기업들, 예를 들면 삼성, KT, SK, CJ 같은 기업들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 2014년에는 이미 깊이 서로 간에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재단 만드는 데 돈을 주는 건 아니었겠지만, 뭐랄까 최순실이 마치 자기의 카드인 것처럼 회장에게 보고하는 그런 분위기는 있었던 것 같다."  

 -최순실 관련 발언에 변화가 있었나.

 "깊이 관계가 있는 경우는 최순실 얘기가 나오면 아예 아무런 말을 안 하는 사람이 있다. 그 반대로 극한 부정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MB 때도 감방에서 나와서 검증보고서를 보여주면서 기업 관계자들에게 설명까지 해줬는데 당시에는 흥미거리로만 듣더라. 그리고서는 설마 저렇겠느냐는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당장 현안도 아닐 뿐더러 박 대통령이 그 때는 경선에서 떨어졌으니 설마 또 그렇게 하고 있겠나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2012년 대선이 가까워지면서는 당선이 유력한 박근혜 후보에게 사람들이 줄을 대려는 분위기였다. 그러다 대통령에 당선되고 2013년 임기가 시작된 후 3개월 지켜보면서 나는 최태민 일가가 아직도 박 대통령을 콘트롤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왜 그렇게 생각했나.

 "인사나 정책이 나오는 것을 보면 너무 어이가 없고 설명이 안 되잖아. 주변에 똑똑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도  전략이나 정책 짜는 걸 보면 뭐라고 설명이 안됐다. 너무 예측 불가능했잖아. 당시 박 대통령 주변에서는 본인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다고 주장했는데, 나는 2013년 여름 지나면서 그게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래서 내가 예상할 때는 최순실이나 정윤회가 메신저 역할을 하는 문고리 권력 3인방을 통해 역할을 하니깐 최순실 쪽으로 불나방들이 붙을 거라고 말이다. 기업이나 정관계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필요가 있으니깐 결국 그 중에 몇 사람은 그 창구를 찾을 것 아닌가. 그런데 결과는 불을 보듯이 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최순실 쪽은 뒷감당을 못하는 세력들이다."

 -검증보고서에도 그런 지적이 있었다.

 "예를 들면 MB정권 때보면 기존 실세들이 있잖아. 그게 박영준 등이고 그 사람이 돈을 받았으면 그 사람 하나가 감방에 가든 어떻게 하든 책임을 지면 된다. 그런데 이 정권은 오로지 VIP(박 대통령)잖아. VIP는 도덕적으로나 자질적으로 마이너스인데 그럼 어떻게 되겠나. '무대포'로 갈 것 아닌가. 그러면 뒷감당할 계산이 안 되는 것은 뻔하잖아. 재단 출연한 게 문화융성을 위한 국정과제를 했다는데 그 결과물이 없지 않나. 아무리 엉망인 정권이라도 그동안에는 ‘게임의 룰’이라는 게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오로지 게임의 룰이라는 건 뭐냐 지금 보면 최순실 밖에 없다. 최순실이 봐서 돈이 되겠다, 돈이 필요하겠다고 하면 그냥 재단 만드는 거다. 만들려면 제대로 만들지, 그것도 아니고 하루 만에 출장 가서 허가가 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나도 학술재단 만들어봐서 아는데 서류를 구색 맞춰서 하다보면 재단 만들기 굉장히 어렵다. 그런데도 김종 전 차관 같은 부역자들이 등장해서 이런 무식한 사고가 난 거 아니냐."

 -재단 설립 즈음에도 기업들이 최순실에 대해서 묻던가.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 설립 시기에 일부 기업 임원들이 최순실이 어떠냐고 다시 물어봤다. 그게 2015년 초반부터였던 것 같다. 그리고 2015년 중반기 이후부터는 실질적으로 관련된 얘기를 기업 임원들과 많이 나눴다. 그때부터는 임원들이 그렇게 얘기하더라. '그것 말고는 답이 없다'고 말이다."

 -'그것 말고는 답이 없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최순실 말고는 답이 없더라는 얘기지."  

 -박 대통령 주변엔 최순실 말고는 통할 사람이 없다는 건가.

 "아니 그때는 이미 모든 사단의 중심에는 최순실이 있다는 그런 의미였다. 2014년 11월 정윤회 문건 사건이 터진 이후에는 정윤회가 아웃됐다는 것을 아니깐 2015년부터는 모든 키맨이 최순실이라는 그런 분위기를 기업들이 파악하고 있더라. 기업들 입장에선 박 대통령이 누구 얘기를 듣고 저런 식으로 하는지 여러 루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그 루트가 하나 밖에 없다는 쪽으로 인식하게 된 거다. 나는 그때 미르재단 같은 것은 전혀 몰랐는데 지난해 초 들어서 그 얘기가 나오더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최순실을 지난해 초에 알았다고 했는데.

 "법적인 대응논리겠지. 그 전에 미리 할 때부터 알았다고 하면 그럼 200억원 넘게 출연한 것도 이 부회장이 사인한 게 되지 않겠나. 기업 임원이 1억원 이상의 돈을 쓰면서 그 위에 보고를 안 한다는 게 말이 되나. 말 사준 건 몰라도 재단 출연금을 모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래도 기업들은 최순실을 몰랐다고 우기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진실이 20~30년 가려진 것 아니냐. 예전에는 이건희 회장이 악수하는 게 나오더니 지금은 이재용 부회장이 가서 악수하지 않나.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이 배운 것도 그런 것 아니겠나. 그래서 이번에 박 대통령과 최순실 등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기업들에 대해서도 엄벌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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