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정보기관들은 국민들에게 공개할 수 있도록 예민한 기밀정보를 제외한 러시아의 미 대선 해킹 브리핑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ABC뉴스는 버락 오바마가 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하루 뒤인 6일 정보기관들의 브리핑을 받을 예정이며, 9일 브리핑 내용이 언론과 의회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정보국(DNI), 연방수사국(FBI) 등 주요 정보기관들은 러시아가 지난해 트럼프가 승리한 미 대선에 개입했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 측은 해킹 의혹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라며 정보기관들을 압박하고, 대선에 패배한 민주당 측이 유언비어를 퍼뜨린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31일 "해킹은 입증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도 1일 "러시아가 해킹의 배후에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해킹의 배후에 대한 "모든 정보가 있으며, 확실한 정보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우리가 100% 확실하지 않았으면 (러시아에 대한 보복)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러시아군사정보국(GRU), 러시아연방보안국(FSB)과 관련된 시설 2곳을 폐쇄하고 35명의 러시아 외교관들을 미국에서 추방한 바 있다.
러 대선 개입 해킹 의혹을 두고 오바마 행정부와 트럼프 당선인 간의 정치적 마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CIA 존 브레넌 국장은 지난 3일 방영된 'PBS뉴스아워'에 출연해 "보고서를 보지 못하고 브리핑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정보관계자들이 제시하는 근거들을 보기 전까지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않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정보기관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비난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는 4일 오전 자신에게 전달됐어야하는 정보기관들의 러 해킹 브리핑이 연기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3일 또는 4일에 "남들은 모르고 나만 아는 (해킹관련)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있다. 하지만 이날 공개는 이뤄지지 않았다. 트럼프는 대신 오는 11일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보기관 측은 당초부터 브리핑 날짜는 오는 6일로 잡혀있었다고 반박했다. WP와 NYT 등에 따르면 5일과 6일 브리핑에는 제임스 클래퍼 DNI 국장과 존 브레넌 CIA 국장, 제임스 코미 FBI 국장, 국토안보국(NSA) 마이크 로저스 국장 등 정보계 거물들이 모두 참석할 예정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측 관계자가 스케쥴 관리를 잘못한 것 같다"며 "3일 정기 정보브리핑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예정됐던 러 해킹 브리핑과는 별도의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 대통령의 허가가 없이는 실질적으로 임기가 시작되지 않은 차기 대통령에게 기밀자료를 넘겨줄 수 는 없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허락을 위한 러 해킹 브리핑이 5일 예정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그 전에 트럼프 당선인에게 같은 자료가 전달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정보기관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속출하고 있다.
상원정보위 차기 민주당 간사인 마크 워너는 "(트럼프 당선인이) 정보기관과 전문가들에 대해 최소한의 존중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클레어 맥카스킬 미주리 상원의원도 "정보기관들은 미국의 제1선 방벽"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이 보여주는 무례함은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권 인수위원회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한 이후에 CIA와 DNI 등 주요 정보기관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애덤 쉬프 캘리포니아 하원의원(민주당)은 이에 대해 "DNI와 같은 정보기관을 무너뜨리는 행위는 미국의 안보를 침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badcomma@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