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CNN은 지난 해 4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렸던 주요 5개국(G5) 정상회담 당시의 사진 한 장을 소개하면서 포퓰리즘 물결 속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제외한 모든 정상이 퇴임했거나 퇴임을 앞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정상회담에 참석한 정상 5명의 중 4명은 포퓰리즘 때문에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에게 자리를 내주고 내년 1월 퇴임한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가결로, 마테오 렌치 전 이탈리아 총리는 개헌 국민투표 부결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4%라는 최악의 지지율로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으로서 재임도전을 포기해 임기만료와 함께 정계를 떠난다.
유일하게 남은 메르켈 독일 총리의 상황도 밝지 않다. 자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라는 평을 받는 그는 내년 9월 총선에서 4연임에 도전했다. 그러나 지난 해 12월19일 베를린 크리스마스시장에서 발생한 트럭테러에 또 다시 난민과 테러가 위기로 부각되면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세계화에 대한 분노와 기득권층에 대한 불신
포퓰리즘의 원인은 세계화에 대한 분노와 공포, 그리고 기득권층에 대한 불신이다.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해 11월 그리스 아테네에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는 세계화에 대한 분노와 공포, 엘리트층에 대한 의심이 빚어낸 결과”라며 “세계화는 기술과 소셜미디어, 끊임없는 정보와 결합해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4월과 5월 1차 및 결선 투표가 치러지는 프랑스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FN의 마린 르펜 대표는 반 이민, 반 난민, 반 이슬람을 기치로 내걸고 표심을 사고 있다. 르펜 대표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대해 “프랑스 국민도 미국처럼 테이블을 뒤집어엎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포퓰리즘은 독일 메르켈의 총리 ‘무티(엄마) 리더십’마저 흔들고 있다. 4연임에 도전한 메르켈 총리는 지난 해부터 시작된 난민 유입과 이슬람 극단주의자 테러로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다. 특히 지난 해12월19일 발생한 트럭테러로 메르켈은 집권 11년내 가장 힘든 시험대에 올라 있다.
메르켈의 지지율은 최근 오히려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기는 하다. 지난 12월 28일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을 중심으로 한 연립 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전 주보다 2%p 상승해 지난 해 중 최고인 38%를 기록했다,
물론 반 이민과 반 유로를 내세운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도 5%대 머물던 지지율이 15%까지 가파르게 치솟았다. 따라서 오는 2017년 8월 총선 결과는 메르켈 총리가 난민과 테러라는 숙제를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 만약 메르켈이 패배한다면 유럽은 물론 글로벌 정치는 엄청난 격변을 맞을게 분명하다.
◇ EU 붕괴 현실화되나
오는 3월부터 9월까지 유럽에서는 네덜란드 총선, 프랑스 대선, 이탈리아 총선, 독일 총선 등 중요한 선거들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지난 해 6월 영국의 EU 탈퇴로 시험대 올랐던 EU의 통합은 이탈리아 개헌안 부결 국민투표로 이텔레시트(이탈리아 유로존 탈퇴)로 위기에 직면했다. 그리고 내년 3월 치러질 네덜란드 총선에 EU 통합은 또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네덜란드의 EU 탈퇴, 즉 ‘넥시트’를 주장하는 극우 자유당이 총선에서 제1당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프랑스 대선에서 르펜이 승리한다면 EU는 또다시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르펜이 패배하고 보수 야당 후보 프랑수아 피용이 승리한다 하더라도, 대선과정에서 EU 체제 및 유로존 체졔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판 목소리가 터져나올 경우 새 정부의 EU 및 유로존 정책은 크게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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