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1부 ‘단색(單色)’에서는 한국적인 정서와 가치관이 담긴 대표적인 다섯 가지 색, 청·적·황·백·흑을 소개한다.
‘하양=백(白)’에서는 백의민족과 관련, 예로부터 흰옷을 즐겨 입었음을 알려주는 외국 기록, 흰색 두루마기와 저고리, 조선 선비의 소박하고 절제된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백자 등을 전시한다. “일본 남자들의 탁한 회색 옷들 사이로 한국 촌로들의 눈부신 흰옷이 섞여들기 시작했다. 이 흰옷은 먼지나 오물이 묻어도 햇빛처럼 밝아서 어디서나 특이한 친근함을 자아낸다.” (노르베르트 베버 ‘고요한 아침의 나라’·1915)
‘검정=흑(黑)’에서는 조선의 검은 관모와 관복 등이 격식과 위엄을 상징했으나 일제강점기 이후 통제와 억압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등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한 검은색의 의미와 맥락을 짚는다.
‘파랑=청(靑)’은 예로부터 한국인이 가장 선호한 색이다. 푸른색을 가까이 하며 자연을 이상향으로 삼은 선인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청자와 청화백자, ‘청춘’이라는 이미지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청바지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푸른색 이미지를 함께 선보인다.
‘노랑=황(黃)’은 고귀와 위엄, 신성을 상징하는 색이다. 누구에게나 허용된 색이 아니었기에 일반인의 생활용품에서 좀처럼 찾기 어렵다. 황룡포를 입은 ‘고종황제 어진’(전라북도 시도유형문화재 제220호), ‘고종황제 오조룡보(五爪龍補)’, ‘고종비 금책(金冊)’ 등 황실 관련 자료가 나왔다.
3부 ‘다색(多色)’에서는 왕실에서 민간에 이르기까지 일상뿐 아니라 중요한 의례에 나타나는 한국인의 전반적인 색채 감각을 다룬다. 음양오행설을 따른 다섯 가지 색이 어울린 궁중의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와 민간의 ‘복개당(福介堂) 일월도’, 색의 조화로움을 보여주는 색동두루마기와 조각보, 영롱한 빛깔의 자개 장식으로 꾸민 나전 칠 상자(螺鈿漆函)가 전시된다. 오색의 강렬한 색감을 드러내는 정해조의 ‘오색광율’과 전통 나전 기법을 적용해 예술 작품화한 김유선의 ‘레인보우’도 전시되는 등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한국 색의 다채로운 향연이 펼쳐진다.
전시장 곳곳에는 ‘빨갛다, 새빨갛다, 발그스름하다, 발그레하다’와 같은 색깔별 색채형용사, 속담, 한시, 고사성어 등 색채 표현이 배치돼 있다. 또 천연 염료와 안료, 색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와 영상 자료, 색에 관한 전문가와 색을 향한 현대인의 시선을 다룬 인터뷰 영상도 보여준다. “저는 빨간색을 매우 좋아해요. 빨간색이 밝고 행운을 몰아온다고 그러더라고, 옛날부터”(김민자·77), “하늘색을 어렸을 때부터 계속 좋아했었는데, 바람에 날리는 바람개비나 연 날릴 때 파란 하늘 색깔을 많이 보잖아요. 그런 추억이 있어서 하늘색이 저한테 좀 많이 와 닿았던 색깔이고.”(강요셉·27)
황경선 학예연구사는 “윤기(1741~1826)의 ‘무명자집문고(無名子集文稿)’에서는 색에 관해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색이다. 하늘과 땅, 사람과 만물, 자연의 색이 있고 복식과 기용(器用)과 회화의 색이 있다. 그런데 숭상하는 색이 시대마다 다른 것은 무슨 까닭인가’라고 묻고 있다. 이렇듯 색은 우리 삶과 밀접한 연관을 지니면서 시대에 따라 의미와 상징이 달라진다. 최근 색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반영해 색을 주제로 한 전시와 행사가 활발하게 열리고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 유물을 통해 우리 색의 생성과 변화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선조들이 색에 담아낸 시대정신과 가치관을 확인하는 동시에 현재 우리의 색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가 그동안 잘 인식하지 못했던 우리 삶에 스민 색깔의 상징과 의미, 그리고 한국적인 색감을 찾고 느끼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때時깔色, 우리 삶에 스민 색깔’은 내년 2월26일까지 볼 수 있다.
reap@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