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방송은 30일(현지시간) 역대 대통령들의 식습관을 통해 미국인의 식생활 변화를 살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패스트 푸드 사랑' 역시 현재 미국인들의 식습관을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선거 유세가 한창이던 8월 트럼프 당선인은 전용기 안에서 KFC 치킨을 즐기는 모습을 공개했다. 지난 5월에는 뉴욕의 집무실에서 맥시코 대중음식 타코를 먹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는 지난 2월 CNN방송 인터뷰에서 맥도날드의 인기 햄버거 메뉴 빅맥과 쿼터파운드 치즈를 좋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패스트 푸드는 그나마 만드는 과정이 깨끗하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역사협회(WHHA) 소속 역사학자 윌리엄 실은 "맥도날드와 버거킹, 맛 좋은 파파이스 치킨을 좋아하는 대통령은 그가 처음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은 "패스트 푸드는 이미 백악관에 들어왔다"며 "대통령이나 손님들이 때때로 빅맥 같은 걸 주문하고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이 찾으러 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역사학자이자 작가인 수지 에반스는 "대통령이 먹는 요리는 중요하지 않다고 치부될 수 있지만 자세히 보면 이를 통해 미국인의 사회, 문화, 정치 역사에 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1700~1800년대 미국 대통령의 식탁에는 주로 유럽식 요리가 올라 왔다. 입맛 까다로운 제임스 포크 전 대통령이 거창한 요리 대신 옥수수빵, 무청을 요구한 것을 빼면 특별할 게 없다.
1950년 즈음까지 대다수 대통령들은 농장에서 기른 자연 식품을 잘 먹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 등은 단순한 방식으로 요리된 건강 식품을 선호했다.
뉴욕대학의 역사학 교수 에이미 벤틀리는 "산업화로 식료품 공급이 늘어난 시대"라며 "특히 남성에게 커다란 덩치는 권력의 상징이었다. 육체 노동을 하지 않아도 먹을 게 충분하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냉전 이후 세대는 심장 질환, 고혈압 같은 과식 관련 건강 문제를 겪게 된다. 벤틀리 교수는 "2차 대전 이후 건강에 관한 우려가 높아졌다. 대통령들에게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심장 마비로 쓰러진 이후 지방 섭취를 자제하는 쪽으로 식습관을 싹 바꿨다. 이후로도 많은 대통령이 건강을 이유로 식이 조절을 했다.
20세기를 지나 몸무게가 건강과 연관있다는 연구가 속속 나오자 대통령들도 '건강한 다이어트'를 중시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꾸준한 건강 관리를 하는 걸로 유명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는 백악관에 아예 채소 텃밭을 차렸다. 그는 남편의 임기 동안 야채 섭취량 늘리기 등을 통한 아동 비만 퇴치 운동을 주도했다.
벤틀리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의 취향은 오바마 내외와는 퍽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가 음식의 획일성, 질보단 양이 중시되던 초기 전후 세대의 식습관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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