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도화선은 트럼프의 中 '환율조작국' 지정" WSJ

기사등록 2016/11/11 12:51:12 최종수정 2016/12/28 17:54:53
【뉴욕=AP/뉴시스】미국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가 9일 새벽 당선 확정 후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2016. 11. 9.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미국과 중국간 무역 대전은 중국의 위안화를 매개로 신호탄을 쏘아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새 미국 행정부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시진핑 정부가 맞대응을 하는 등 보복 조치에 나서면서 양자간 총성없는 전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트럼프 제45대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기간 중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한 공약을 적시하며 이같이 내다봤다. 중국을 겨냥한 트럼프 당선인의 이 공약은 미사여구(rhetoric)에 가까운 다른 공약들과 달리,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의 위안화를 타깃으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보복 시나리오가 나오는 배경으로는 일명 ‘게티스버그( Gettysburg) 연설문’이 꼽혔다. 트럼프가 지난 10월 22일 게티스버그에서 한 이 연설은 당선인이 취임 후 첫 100일간 펼쳐 보일 ‘액션 플랜’을 적시하고 있다. 이 액션 플랜에는 그가 선거기간 중 미국인들을 상대로 약속한 대중 '환율조작국 지정'이 포함돼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환율조작국 지정은 미중 양국 간 무역전쟁을 촉발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 조치가 중국 수입품을 겨냥한 징벌적 관세 부과로 이어지면, 중국도 팔짱을 낀 채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 국채를 팔아치울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중국은 지난 8월 말 현재 1조1900억 달러(약 1336조원)의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WSJ은 트럼프 당선인이 대중 보복에 나설 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기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가 후보 시절에 유권자들의 표심(標心)을 공략하기 위해 남발한 공약을 이행할 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보복조치가 불러올 후폭풍이 매우 거세다는 점도 공약실행의 또 다른 걸림돌로 꼽혔다.

【베이징=신화/뉴시스】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가 27일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하는 가운데 시진핑 국가주석 겸 총서기가 발언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폐막 당일 발표되는 공보(결과문)에서 시 총서기에게 '핵심'이란 칭호를 처음으로 부여하면서 시진핑 1인 지배체제를 대내외에 선언한 가운데 중국 언론들이 이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2016.10.28
 중국이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징벌적 관세부과에 맞서 취할 보복조치로는 미국 기업들의 현지 시장 접근 제한이 꼽혔다. 미국 기업들은 14억 인구가 중산층으로 이동중인 중국시장에서 성장의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해 왔다.  미국정부도  양국간 상호 투자 협정을 통해 기업들의 자유로운 중국시장 접근을 보장받으려고 공을 기울여왔다.

 홍콩에 있는 중문대학의 로렌스 라우 경제학 교수는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45%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나는 보잉이 더 이상 중국에서 항공기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을 겨냥해 징벌적 관세 부과에 나서면  미국기업들이 가장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뜻이다.

 WSJ도 “새로운 대통령은 애플을 비롯한 미국 기업들의 법적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이 회사(애플)는 전세계 공급망을 돌리기 위해 중국산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이러한 조치는 양국이 지난 2010년 이후 진행해온 다양한 전략, 경제 대화에서 논의해온 이슈들을 꼬이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국이 환율조작국이라는 트럼프 당선인의 주장 또한 현재로서는 설득력이 없다는 진단도 나왔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프레드 버그스텐 명예 소장은 “중국은 지난 2년 이상 환율을 조작하지 않았다”면서 “그들을 상대로 환율조작국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부적절하고 정확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무차별적 보복 관세 부과에 나서기 보다 선별적인 보복을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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