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이 지난 8일 발표했던 선거 출구조사를 보면 백인 여성 중 트럼프를 지지했다고 밝힌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53%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지지자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지지자의 두 배에 달했다.
클린턴 측에서 같은 여성으로서 연대를 호소하면서 '유리천장'을 깨는 클린턴의 도전이 많은 여성들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 것이라고 예측했던 것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무엇보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트럼프는 십 수건의 성추행 혐의에 연루되면서 과거의 성 차별적 행적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백인 '여성'들의 표심은 왜 트럼프에 향했을까.
10일(현지시간) 가디언은 미국의 백인 여성들이 트럼프의 인종차별 정책이나 여성혐오성 발언에 대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페미니즘 문화 비평가 미키 켄들은 "백인 여성들이 트럼프에 보인 강한 지지는 이들이 '명백한 인종 차별주의자'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인종차별이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들이 성별에 따라 투표한다는 가정이 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그들(백인 여성)에게, 인종차별은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일"이라며 "트럼프의 장녀 이반카가 '한 번도 성적 모욕을 겪은 적이 없다'고 말한 것과 같다. 이반카는 늘 자신이 소유한 회사와 아버지를 위해서만 일했으니까"라고 설명했다.
작가 레베카 캐럴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냐"며 "우리는 선거운동 캠페인 내내 클린턴이 '이긴 사람'(트럼프)으로부터 여성혐오와 성차별을 겪는 것을 지켜봤다. 백인 여성들은 자신 역시 극악무도한 여성혐오와 성차별주의의 대상이라는 것을 놓치고 있다"고 밝혔다.
가디언의 분석에 따르면 '백인 여성' 트럼프 지지자들은 '여성'보다는 '백인'에 보다 정체성을 두고 투표했다. 트럼프가 사업가로서 거둔 성과나 백인 중심주의의 정책에 그의 결점을 상쇄할 만한 매력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또 "당연히 자신이 부를 분배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일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며 "트럼프의 사업가적인 관점과 분배를 추구하지 않는 마인드가 미국 사람들에게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댈러스 출신 리지 휘트마이어(35)는 "미국이 겪고 있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트럼프에 투표했다"며 "테러와 급진 이슬람주의를 싫어하는(angry)한 사람을 원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낙태 반대 정책도 당선에 힘을 실었다. 7살 난 딸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뉴욕에 사는 영양사 로리 존스(45)는 "트럼프를 뽑아서 기쁘다"며 "트럼프가 낙태의 권한을 국가에 반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클린턴에 대한 반감의 대안이기도 했다. 휘트마이어는 "자꾸 거짓말을 하는 클린턴은 극도로 부패했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는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 주에 사는 이본 치펄리(64) 역시 "클린턴의 진실을 알 수가 없다"며 "트럼프가 정치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에게 트럼프의 성범죄 혐의나 여성혐오성 발언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존스는 트럼프를 "불완전한 사람, 우리 모두처럼"이라고 했다. 그녀는 "트럼프가 여자를 좋아한다고 믿는다"며 "그의 딸과 부인을 돌보고 여직원을 고용했다. 그는 여자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휘트마이어는 "트럼프의 여성혐오와 성차별적인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트럼프를 뽑지 않을 이유는 아니"라면서 "그런 부분이 트럼프가 업무를 수행할 능력을 방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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