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 '무역전쟁' 선포 트럼프, 실제로 공약 이행할까
기사등록 2016/11/10 13:27:05
최종수정 2016/12/28 17:54:32
【서울=뉴시스】안호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드러냈다.
특히 미국에 큰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는 '관세를 45%로 올리겠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등의 강도 높은 통상 압박을 예고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취임 이후 이런 공약들을 실제로 이행할 경우 미중 '무역전쟁' 양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는 그동안 대중(對中) 무역적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난 미국의 경제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선거 때의 거친 언사와, 당선 및 취임 이후의 행보는 다를 것이라는 견해도 잇다.
10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지난 2002년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선 뒤 지난해 3657억 달러까지 확대됐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모든 나라와의 무역적자(3714억 달러)와 맞먹는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무역적자가 크게 확대되면서 자유무역이 자국 내 일자리를 뺏어간다는 인식도 큰 상황이다.
미국의 퓨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인 중 무역이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20%에 그쳐 신흥국(52%)은 물론 다른 선진국(44%)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지난 2014년 30%에서 올해 39%까지 급등했다.
트럼프는 선거 과정에서 보호무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강력한 통상정책을 제시하며 미국인들의 심리를 파고들었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환율조작국 지정 ▲불공정행위시 국내 법원 및 WTO에 제소 ▲중국의 불법행위 지속시 모든 합법적인 대통령 권한(세이프가드, 일방적 무역보복, 안보상 수입규제) 시행 등 강수를 예고했다. 또 "중국산 수입 제품에 45%의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는 극단적인 발언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무역 공약 중 어느 정도가 실제 추진될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즉흥적인 성향의 트럼프가 선거 과정에서 득표를 위해 과감한 공약을 대거 내놨지만 실제 취임한 뒤에는 경제 안정과 주변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수위 조절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양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차지한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의 극단적인 행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제현정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가 지금까지 하겠다고 한 것을 다 실행할 경우 '무역전쟁'이 벌어지게 되겠지만, 본인이 기업인 출신인 만큼 교역을 위축시키면 미국이 더 손해를 본다는 것을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제 연구위원은 "미국이 중국과 각을 세운다고 해서 자국 경제에 득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라며 "보호해야 하는 산업이 있지만 중국 시장으로 나가야하는 기업이 있기 때문에 대선 공약은 어느 정도 수위조절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45%의 보복관세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에 해당하고, 환율조작국 지정 조치는 중국의 강력한 무역 보복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 현재로서는 채택하기 쉽지 않은 공약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신 행정부가 수입규제를 강화하는 등 중국에 대한 통상 압박을 일정 수준 강화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미국 상무부의 반덤핑 상계관세 조사 건수는 64건으로 200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중 11건은 중국에 대한 조사였다. 올해에는 철강, 타이어,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18건의 상계관세 조사가 개시됐다.
무역협회의 한 관계자는 "중국에 대한 수입규제를 강화하는 조치가 가시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이 자국 경제에 큰 부담을 주는 조치보다는 점진적으로 중국을 압박해 실질적인 통상 이익을 추구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로 우리나라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중 교역이 악화될 경우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나라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신 통상정책이 중국보다는 우리나라와 같은 손쉬운 상대를 타깃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트럼프는 5개국(한국·중국·독일·일본·멕시코)이 미국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고 지목했는데 독일은 유럽의 강자고 일본은 맹방이다. 중국은 미중 전략 경제대화를 해야할 정도로 강대국이다"이라며 "우리나라만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오 교수는 "트럼프도 공약 실천 실적을 내야하는데 중국에 대해서는 당초 얘기했던 수준으로 하지 못하고 우리나라가 타깃이 될 수 있다"며 "한미 FTA 전면 재조정이나 환율조작국 지정 조건 조정 등이 뒤따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ah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