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선택] 차기 美대통령, 누가 당선돼도 "미·중 관계 악화"

기사등록 2016/11/09 00:01:00 최종수정 2016/12/28 17:53:54
【앨런데일=AP/뉴시스】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7일(현지시간) 미시간주 앨런데일 유세 중 두 손을 올려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2016.11.08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올해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국과 중국 관계는 악화될 것이다.”

 미국 CNBC방송은 8일(현지시간) 이날 치러지는 미 대선을 통해 들어서는 차기 미국 정부와 중국과의 관계는 버락 오바마 정권에 비해 훨씬 까칠한 관계로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기 대통령 자리를 다투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모두 중국과의 대립각을 세우는 공약들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CNBC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클린턴과 트럼프를 놓고 실시하는 올해 미 대선은 “두 명의 악마 중 덜 악한 쪽을 뽑는 선거”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영국의 경제연구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중국 담당 매니저인 톰 래퍼티는 7일 공개한 한 보고서를 통해 클린턴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미국과 중국 관계는 불편한 휴전상태가 지속될 수 있으며 양국 관계는 결국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래퍼티는 “클린턴은 외교정책에 있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보다 훨씬 매파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클린턴은 남중국해에서 미국 군사력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분명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라면서 남중국해를 둘러싼 양국 간 긴장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클린턴은 또한 중국의 인권문제에 관해 강도 높은 비난을 제기해 왔다. 래퍼티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클린턴과 트럼프를 놓고 실시하는 올해 미 대선은 “두명의 악마 중 덜 악한 사람을 뽑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중국의 수입품에 대해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트럼프는 지난 5월  인디애나 주 포트웨인에서 가진 유세에서 중국이 불공정 무역으로 미국을 강간(rape)하고 있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는 "중국이 우리 나라를 강간하도록 계속 내버려 둘 수 없다"라고 독설을 쏟아냈다. 트럼프는 그동안 중국이 수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환율조작과 불공정 거래를 일삼으며 미국을 '죽이고 있다(killing)'는 주장을 되풀이 해 왔다.

 차기 미국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당장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는 분야는 무역이다.  클린턴과 트럼프 모두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보이면서 미국과 중국 간 무역장벽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는 중국이다. 미국 정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1~9월 사이 미국 무역량 중 15.4%를 차지하면서 1위에 올랐다.

【맨체스터=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7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서 연설하고 있다. 2016.11.08
  이른바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은 지구촌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 후보인 클린턴과 트럼프 모두 최근 어떤 미국 지도자들보다도 중국에 대해 날선 대립각을 세우는 정책들을 내세우고 있다.

 클린턴과 트럼프는 모두 오바마 대통령이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를 하고 있다. TPP는 지난 2005년 뉴질랜드와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4개국 간 무역장벽 철폐를 목표로 출범한 ‘환태평양 전략적 경제동반자협력체제(TPSEP)에서 비롯된 것이다. TPSEP는 2008년 미국 등이 관심을 보이면서 TPP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TPP는 2010년 미국과 말레이시아, 베트남, 페루, 호주로 범위를 넓힌 데 이어 2011년 멕시코와 캐나다, 2013년 4월 일본 총 12개국으로 세를 넓혔다.

 이들 12개 TPP 참여국들의 국내총생산(GDP)은 총합은 전 세계 GDP의 36.3%,  전 세계 교역량의 28.6%를 차지하고 있다.

 TPP는 미국이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꺼내든 일석이조의 카드였다. 경제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부상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시장을 확보하고, 정치‧군사적으로는 갈수록 팽창하고 있는 중국의 패권을 견제하기 위한 이중 포석이었다.

 이 같은 미국의 공세에 맞서 중국은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과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 등으로 맞섰다. AIIB는 2013년 10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를 순방하던 중 공식 제안했다. 2014년 10월 500억 달러 자본금으로 시작된 AIIB는 올해 1월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과 한국, 독일, 영국, 캐나다, 일본, 러시아, 인도 등 57개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등 차기 유력 미국 대선후보가 모두 TPP에 대해 공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TPP는 시작도 해보기 전에 무산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sangjoo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