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머니는 24일(현지시간) 필리핀의 BPO 및 인력송출 업계가 두테르테 대통령 발언의 파장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도 자신의 일자리를 잃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을 방문 중이던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9일 베이징에서 필리핀 교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필리핀의) 외교 정책은 중국으로 방향을 확 전환하고 있다”며 “이제 미국에 굿바이를 고할 때다. 더 이상 미국의 간섭은 없다. 더 이상 미국의 군사훈련은 없다”고 선언했었다.
급여정산 및 회계업무 아웃소싱 사업을 하고 있는 크리스티나 컨셉시온은 500여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컨셉시온은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 이후 미국 고객들로부터 여러 차례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도 상황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컨셉시온이 운영하는 ‘BPO인터내셔녈(BPOI)’은 왕성하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였다. BPOI는 올 들어 성장세가 주춤하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두테르테의 폭탄 발언은 BPOI 경영에 설상가상의 부담을 더하고 있다.
필리핀의 ‘IT 앤드 비즈니스 프로세스 어소시에이션(IT and Business Process Association)’에 따르면 BPO 업계는 올해 말까 130만 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BPO 산업은 필리핀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사업으로 성장했다. 세계 경제의 침체 속에서도 지난해 필리핀 경제가 6.9%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BPO 산업 분야의 성장 덕이었다.
필리핀 BPO 산업의 80%는 미국 고객들과 연관된 거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아마존과 씨티은행 등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필리핀 BPO산업의 주요 고객들인 것이다.
미국 회사인 텔레텍(Teletech)에 근무하고 있는 마리아 마르호리에 곤살레스는 필리핀과 미국 간 관계가 약화되면 자신의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내 생각에는 두테르테가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BPO 산업과 함께 필리핀 산업의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인력송출업도 양국관계 악화의 불똥이 튈 분야로 꼽히고 있다. 필리핀은 대표적 인력 수출 국가로 중동이나 싱가포르, 미국 등에 건설 인력이나 가정부 등을 수출해 송금 받은 돈으로 국가 재원 일부를 충당해 왔다.
필리핀 야당의원인 게리 알레하노는 “미국에서 일하는 필리핀 노동자들의 송금 규모는 필리핀 사람들이 전체 인력송출로 벌어들이는 돈의 35%에 달한다”면서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에 따른 파장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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