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섬 뮤지컬 ①] 배우도 관객도 야외서 자유…한밤에 보는 뮤지컬 감동 두배

기사등록 2016/09/04 10:16:15 최종수정 2016/12/28 17:36:03
【서울=뉴시스】'2016 자라섬 뮤지컬 페스티벌'
【가평=뉴시스】이재훈 기자 = “저 하늘 저 별을 향해서 가고 싶어. 한 마리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갈래. 난 나를 지켜 나갈 거야. 난 자유를 원해.”  

 뮤지컬 ‘엘리자벳’의 속 엘리자벳의 넘버 ‘나는 나만의 것’ 노랫말은 3일 밤 경기 가평 자라섬의 자연 풍경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별은 총총했고, 새들 역시 밤까지 지저귀었다.

 뮤지컬의 ‘여왕’ 김선영과 ‘선녀’ 조정은이 동시에 올라 같은 넘버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벅찬 순간이었다.  

 국내 첫 야외 뮤지컬 페스티벌을 표방한 ‘2016 자라섬 뮤지컬 페스티벌’이 화려한 개막을 알렸다. 4일까지 이어지는 이 페스티벌은 축제가 아니면 보기 힘든 김선영, 조정은의 듀엣 무대를 선보였다. ‘엘리자벳’에 각자 2012년, 2015년 출연한 바 있는 두 사람은 톱 여성 뮤지컬배우다.

 조정은이 ‘레 미제라블’의 판틴 넘버 ‘아이 드림드 어 드림’의 1절을 부른 이후 이 뮤지컬의 1막을 마무리하는 ‘원 데이 모어’가 이날 커튼콜을 장식했다. 조정은과 김선영을 비롯해 이날 40여명에 달하는 출연진들이 모두 나와 웅장함을 선사했다.  

 앞서 낮에는 홍우진, 배두훈 등 젊은 뮤지컬배우들이 구소영 감독의 리드로 폭염의 미열이 남은 한낮의 열기보다 뜨거운 무대를 선사했다. 뮤지컬넘버 뿐만이 아니었다. 영국 밴드 ‘퀸’의 히트곡 퍼레이드는 록 페스티벌을 방불케 했다.

 마지막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타 리프 곡 중 하나로 통하는 ‘딥 퍼플’의 ‘스모크 온 더 워터’ 이후 걸그룹 ‘여자친구’의 ‘오늘부터 우리는’을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난민 투어’(?)를 콘셉트로 삼은 ‘헤드윅’ 정문성 & 앵드리인치 밴드는 공연장 못지 않은 쇼맨십으로 팬들을 열광케 했다. 이안 존 버그는 클래식했고, 전나영은 고혹적이었다.

 국내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1대 빌리들은 추억을 되살렸으며 ‘알타보이즈’들은 역동적인 무대를 꾸몄다. 박영수, 서경수, 이지혜, 이청용 무대는 서정적이었다.   

 뮤지컬계 잉꼬부부인 김우형과 김선영의 듀엣 무대는 로맨틱했고 강필석은 순수하고 맑은 음성으로 팬들의 환심을 샀다.

 야외에서 뮤지컬 넘버를 부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확 트인 공간에서 사운드 등의 균형을 잡기도 힘들다. 공연장 내 세밀함까지 가져오기는 힘들었지만 야외에서 오케스트라 반주에 톱 뮤지컬배우들의 목소리를 듣는 건 분명 기념할 만한 일이었다. 이틀에 걸쳐 들려주는 약 90곡을 편곡한 변희석 음악감독에게도 공을 돌려야 한다. 

 뮤지컬 페스티벌은 이미 여름을 달군 록페스티벌의 화끈한 열기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여성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이 축제는 다소 쾌적하고 아기자기했다. 보통 공연장 안에서 물밖에 마실 수 없었던 관객들은 뮤지컬 넘버를 들으며 맥주, 치킨 등 마음껏 마시고 먹는 호사도 누렸다. 보통 뮤지컬 주 관객층은 20~30대 여성으로 알려졌는데, 가족 단위의 관객도 상당히 눈에 띄었다. 뮤지컬 ‘구름빵’은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공연장이 아닌 야외에서 관객들을 처음 만나는 배우들 역시 신났다. 주최사인 PL엔터테인먼트 송혜선 대표는 “배우들도 잔디를 누비며 마음껏 즐겼다”며 “배우들과 관객들이 야외에서 자유롭게 한 데 어울리는 축제”라고 소개했다. 김우형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생생한 라이브를 주고받을 수 있어서 좋다. 이런 시도가 계속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야에 뮤지컬 영화 ‘시카고’까지 상영한 주최측은 3일 관객수를 6000명으로 집계했다. 4일 라인업 이날 못지않다. 홍광호, 윤공주, 마이클 리, 전나영, 최현주 최민철, 카이 등 뮤지컬계 스타들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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