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경기 가평에서 열린 첫 야외 뮤지컬 축제 ‘2016 자라섬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만난 뮤지컬배우 박영수는 “이 축제 역시 저의 부족함을 채우게 만든다”고 수줍게 웃었다.
인성 좋기로 유명한 박영수는 창작 가무극을 만드는 서울예술단 단원이다. 동시에 외부 작품에도 열심히 출연하며 이 단체를 알리고 있기도 하다. 또 다른 서울예술단 단원인 조풍래, 김도빈과 함께 ‘슈풍또’로 불리며 30주년을 맞은 예술단의 새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2012년 초연한 서울예술단의 ‘윤동주, 달을 쏘다’에서 윤동주 역을 맡아 스타덤에 오른 박영수는 “예술단은 ‘바람의 나라’ 같은 실험적인 공연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다는 단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최근 30주년 기념작으로 관객들과 호흡을 중요시한 ‘놀이’에 대해서는 “관객들이 공연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적극성 등을 배웠다”고 했다.
이날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메인 무대를 꾸민 김선영, 조정은도 이 예술단 출신이다. 김선영이 ‘잃어버린 얼굴 1895’(10월 11~23일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로 14년 만에 서울예술단과 작업하는 등 두 사람은 퇴직 이후에도 연을 이어가고 있다.
“선배들이 밖에서 쌓은 경험과 삶이 접목된다면 더 좋은 창작 공연이 나오겠죠. 두 선배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배워요. 서울예술단에도 큰 시너지가 되고요.”
박영수는 이번이 3번째 공연인 ‘잃어버린 얼굴 1895’에서 고종을 연기한다. 연출가 오태석의 ‘도라지’를 원작으로 삼아 창작 초연을 앞둔 뮤지컬 ‘곤 투모로우’(13일~10월23일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도 고종을 연기한다. 두 뮤지컬 모두 이지나 연출의 작품이다. ‘곤 투모로우’는 ‘잃어버린 얼굴 1895’의 연장선상 격이다. 두 작품에 모두 나오는 건 박영수가 유일아다.
“‘잃어버린 얼굴 1895’에서 고종은 유약하기만 한 고정이 아니죠. 틈을 엿보는 강인한 면모도 있어요. ‘곤 투모로우’의 고종은 ‘잃어버린 얼굴 1895’에서 명성황후, 대원군에 억눌려 표현하지 못한 것이 드러날 것으로 보여요. 좀 더 입체적이죠.”
스타를 키우는데 일가견이 있는 이지나 연출의 총애를 받는 배우 중 하나다. 그녀의 전작 ‘더 데빌’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박영수 배우 인생에서 가장 큰 시련을 준 작품으로 꼽힌다. “노래가 너무 어려웠어요. 음이 너무 높아서 목 상태가 내내 안 좋아졌죠.”
이날 페스티벌에서 역시 음이 높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넘버 ‘난 괴물’을 부른 박영수는 “‘더 데빌’이 아니었으면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을 넘버”라고 웃었다.
박영수는 이날 페스티벌 내내 해맑게 웃고 다녔다. “뮤지컬 주요 시상식이 없어진 상황에서 배우들끼리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아요. 게다가 이런 큰 무대에서 팬들까지 직접 만날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죠. 공연하러 왔지만 즐기는 마음도 크네요.”
박영수는 본 공연이 아닌 이런 축제에서 기존에 부르지 않았던 곡들을 선곡한다. ‘난 괴물’ 역시 그로서는 처음 들려준 곡이었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달’ 역시 대중 앞에서 처음 불렀다. “사심을 담는 거예요. 제가 ‘이런 배역을 맡게 되면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하고. 그 만큼 에너지를 담아야죠.” 그가 다작에도 항상 신선함을 불어넣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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