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 최초의 여성 소설가로 활동한 김명순(1896~?)은 출신 성분과 사생활을 빌미로 난도질당했다. 문단의 냉대와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정당한 문학적 평가도 받지 못했다.
베스트셀러 ‘미실’의 작가 김별아(47)는 이런 김명순을 소설 ‘탄실’을 통해 살려냈다. ‘탄실’은 김명순의 아명이다. 소설은 시인, 번역가로도 활동했던 김명순의 삶과 사랑으로 버무렸다.
김별아는 30일 “저는 언제나 누락된 역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여성, 남성을 떠나 그 사람들이 왜 빠져있을까, 그 한자리가 빠져 있으면 매우 궁금하거든요. 김명순도 그랬어요. 최초의 여성 소설가이면서도 문학사에서는 빠져있었거든요”라고 말했다.
김별아가 이 소설을 쓰기 전까지 머릿속에는 항상 김명순이 꿈틀거렸다. “언젠가는 반드시 써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저가 못쓰게 되면 다른 여성 작가가 쓰기를 바라기도 했고, 또 권하기도 했었죠. 그런데 동료 작가들이 너무 비극적이어서 고통스럽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미뤄졌다가 이번에 출간하게 됐어요.”
김명순은 1917년 문예지 ‘청춘’의 소설 공모에 단편소설 ‘의심의 소녀’가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김광수가 극찬했고, 여성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소설집 ‘생명의 과실’(1925)을 출간하며 문단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두 번째 창작집 ‘애인의 선물’(1925)을 내는 등 소설 23편과 시 107편, 수필·평론·희곡과 번역 시, 번역 소설 등의 작품을 남겼다. 문예지 ‘창조’의 첫 여성 동인이기도 했고, 매일신보 기자로도 활동했다.
그러나 남성 작가와 비평가들의 인신 공격적 비난을 받으며 문단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기생 출신인 어머니의 신분으로 활동이 평가절하됐고, 일본 유학 중 발생한 성폭력 사건이 가십거리로 회자하기도 했다. 특히 김동인과 방정환까지 김명순을 공격했다.
김별아는 소설이라는 욕심보다는 문학사에서 잊힌 김명순을 복원하는 데 집중했다. 작품 외에는 신문기사 등의 짧은 가십으로만 남아 있는 김명순의 모습을 재조명하려고 일부러 그의 시와 소설, 희곡과 수필을 해체해 소설 속에 재조립했다. 특히 김명순의 모습이 가장 많이 투영된 자전적 소설과 수필 등의 에피소드를 빌려와 숨겨진 삶과 사랑을 되살려냈다.
“김명순의 전집 전집이 두 권 나와 있는데 연구자들의 연구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저는 최대한 복원할 방법에 주력했고, 김명순의 미완성 작품을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작품 속에 살아있는 김명순을 복원해 내려고 했어요.”
계획은, “이 소설을 쓰면서 여전히 이름을 찾지 못한, 이름이 있어도 세상에 나오지 못한 여성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 뭔가 책임감을 느꼈어요. 앞으로도 주목받지 못한 역사 속 인물을 끄집어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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