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2016]올림픽공원 마지막 빈민가 철거…"정부압박 견딜 수 없었다"

기사등록 2016/08/04 15:12:59 최종수정 2016/12/28 17:27:52
【서울=뉴시스】올림픽공원과 인접한 파벨라 '비야 오토드로모(Vila Autodromo)'와 이곳에 살던 700여가구는 정부의 불도저를 피할 수 없었다. 비야 오토드로모는 2일 시장 상인 오거스토 파레이라의 주택 철거로 영원히 사라졌다. (사진 출처 = 유튜브 캡쳐) 2016.08.04
【리우데자네이루=AP/뉴시스】강덕우 기자 = 브라질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유치한 직후 시작한 올림픽공원 인근 빈민가 '정비'가 2일(현지시간) 늦은 밤 마지막 주택 철거로 완료됐다.

 1970년대 리우로 인구가 몰려들면서 형성되기 시작한 '파벨라(Favela)'는 도시 빈민가 혹은 판자촌을 뜻한다. 마약거래와 강도, 살인 등 범죄가 만연하는 우범지역이다. 일부 파벨라는 브라질 경찰들 마저도 관리하지 못하는 무법지대라는 인식이 존재할 정도다.

 리우 시내에만 곳곳에 수백개가 존재하는 파벨라에도 수십만명의 저소득 주민들이 대대로 살아왔다. 그러나 리우가 2016년 올림픽 개최도시로 선정되면서 브라질 정부는 대대적인 '정비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수천가구가 강제로 철거됐다.

 특히 올림픽공원과 인접한 파벨라 '비야 오토드로모(Vila Autodromo)'와 이곳에 살던 700여가구는 정부의 불도저를 피할 수 없었다. 비야 오토드로모는 2일 시장 상인 오거스토 파레이라의 주택 철거로 영원히 사라졌다.

 파레이라는 AP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곳을 떠나야만 한다는 정부의 압박을 더는 견딜 수 없었다"며 "나의 삶을 다른 곳에서 이어가야만 하게됐다"고 말했다.

 비야 오토드로모 주민 대부분은 리우 시정부가 제공한 이주보상금을 받고 이주하거나 공공주택으로 옮긴지 오래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수십년간 살아온 삶의 터전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고, 최근까지 약 20가구가 이주를 거부해 왔다.

 그들은 정부가 제공한 공공주택에는 도로도 포장돼 있지 않고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곳이라며, 우리가 일군 땅에서 떠날 수 없다고 철거 반대투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이들도 결국 정부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모두 떠난 것이다.

 비야 오토드로모에 마지막 주민 파레이라는 "정부에게 이주 조건을 요구했지만, 시청은 시간만 끌어왔고, 나는 이제 너무 지쳐 이주를 할수 없이 결정하게 됐다"며 "올림픽 기간에 여기서 버티면 나의 삶이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푸념했다.

 비야 오토드로모 철거를 주도한 에두아르도 파에스 리우 시장은 정치·사회적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그는 철거 프로젝트 초기에는 주민들이 남아있고 싶다면 그들의 인권을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지만, 정비 도중에 강제 퇴거명령을 내린 바 있다.

 뉴욕대학의 필리페 페나 교수는 비야 오토드로모 철거와 리우 곳곳에 벌이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둥지내몰림) 활동은 브라질 정부가 국민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자들의 주거지를 올림픽을 위해 철거하는 것은 브라질의 배타적인 특권정책을 반영하고 있다"며 "대통령과 대통령 권한대행, 정치인 모두 이를 묵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비야 오토드로모에는 가구당 350만(약 12억396만원) 상당의 초호화 고층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badcomma@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