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장민성 기자 = 주한 일본대사관이 12일 서울 한 복판에서 자위대 창설 62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한 것을 두고 비판적 여론이 일고 있다. 우리 정부의 고위간부가 이를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것도 어색하고, 대사관이 아닌 시내 호텔에서 열린 것도 어딘가 못마땅하다는 시선이 많다.
이날 기념행사는 다분히 일본 자위대가 세계 평화에 공헌하는 조직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일본 측 의도가 들어 있다. 자위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한 한국에서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평화 공헌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알리면서, 이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일본 입김을 강화하겠다는 생각이다.
외교부와 국방부 등에 따르면 이날 행사는 나가미네 야스마사 신임 주한 일본대사를 대신해 스즈키 히데오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주재한다. 우리 측에서는 국방부 국제정책차장과 무관협력과장 등이, 외교부에서는 사무관급 실무자 등이 참석한다.
이에 대해 이면우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적극적 평화주의'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념행사 개최는 자위대의 평화 공헌 이미지를 띄우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우리나라의 일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이미지 등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적극적 평화주의는 아베 정권의 안보 정책 핵심 키워드로, 일본 자위대가 평화유지활동(PKO)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방위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도 이 같은 기조의 연장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0일 참의원 선거 압승으로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바꾸고 헌법 9조를 개정해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이번 행사에 우리 정부 인사들이 참석한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그러면서 "일본 정부의 군사적 행보에 항의는 못할망정 일본의 군사력을 뽐내는 행사에 참석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정부 관계자가 참석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른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도 이날 통화에서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도 않고 오히려 우리 국민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행동을 벌이는 데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과연 일본이 세계 평화를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정례적인 행사로 순수한 외교 행사"라며 "상호 교류·협력 차원의 참석"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상호 국방 교류·협력 차원에서 이번 행사에 참석을 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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