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세스쿠 처형에 핵심 역할한 장군스탄쿠레스쿠 타계
기사등록 2016/06/20 20:22:43
최종수정 2016/12/28 17:14:33
【부쿠레슈티(루마니아)=AP/뉴시스】김재영 기자 = 1989년 겨울 동구의 공산 정권 붕괴 당시 루마니아 공산당 지도자 니콜라에 차우세스쿠 부부를 총살형에 이르게 한 약식 재판을 주도했던 장군이었던 빅토르 스탄쿠레스쿠가 88세로 타계했다.
스탄투레스쿠가 양로원에서 잠시 뇌졸중으로 고생하다 19일 사망했다고 그의 변호인이 말했다.
1989년 12월 차우세스쿠 독재 정권에 대한 반정부 시위가 티미소아라에서 일어나자 차우세스쿠는 스탄쿠레스쿠를 진압 사령관으로 급파했다.
그러나 그는 곧 수도 부쿠레슈티로 돌아와 의사들에게 건강한 다리에 석고 깁스를 하도록 요청했다. 반정부 봉기 진압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국방장관이 자살하자 스탄쿠레스쿠는 국방장관으로 승진했다. 22일 반정부, 반 공산당 봉기가 수도까지 번지자 그는 차우세스쿠에게 분노의 시위대를 피해 헬리콥터로 도망 갈 것을 권유했다.
이때 스탄쿠레스쿠는 차우세스쿠에게 등을 돌려 독재자를 재판에 처하도록 하는 데 앞장섰다. 25일 차우세스쿠 부부는 약식 재판 직후 총살형으로 처형됐다.
차우세스쿠 정권에 맨 처음으로 반기를 든 티미소아라에서는 진압 과정에서 72명이 사망하고 253명이 부상 당했다. 동구 공산주의가 사라진 후인 2008년 스탄쿠레스쿠는 반정부 진압에 연루된 혐의로 15년 징역형을 받은 뒤 2014년 풀려났다.
그는 진압 당시의 사망자 발생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으며 총 1300여 명이 사망한 차우세스쿠 타도 봉기와 관련해 알고 있는 사실을 드려내려 하지 않았다.
차우세스쿠 타도 과정에서 권력을 잡고 탈 공산화 후 여러 번 대통령을 지낸 이온 일레스쿠는 이날 스탄쿠레스쿠가 "근대사의 결정적인 순간에 루마니아가 전제주의에서 빠져나와 민주주의로 되돌아오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스탄쿠레스쿠의 아내는 2003년 집 창문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그녀는 남편이 견뎌내고 있는 압력을 자신을 견딜 수 없다는 유서를 남겼다.
고인은 21일 화장된다. 유족 상황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kj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