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21일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기준을 위반한 군부대의 과도한 얼차려 지시는 인권침해라고 판단하고 육군 A사단장에게 해당 대대장을 경고 조치할 것과 유사행위의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인권위는 "이 진정사건의 얼차려가 부대 내 구타, 가혹행위 등을 엄단하기 위해 시행됐다는 정당성은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종료시간 언급없이 주의사항 등을 교육하지 않았고 규정을 어겨 과도하게 얼차려를 시행해 병사들에게 신체·정신적 피해를 준 것"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인권위에는 지난 2월23일 전역 당일 대대장으로부터 완전군장으로 연병장 90여 바퀴를 보행하는 얼차려를 받았다는 진정이 제기됐다.
진정을 제기한 김모씨는 같은 달 17일 전역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일명 '전역빵(서로 간 양해 하에 현역병이 전역자를 일시적으로 구타하는 행위)'을 했다는 이유로 대대장으로부터 이같은 얼차려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것이 가혹행위이자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김씨를 포함한 사병들은 진정인을 포함한 피해자들은 전역 당일 오전 8시30분부터 낮 12시까지, 오후 1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등 총 6시간30분 동안 250m 둘레의 연병장을 90여 바퀴(22.5㎞) 돈 것으로 파악됐다.
육군의 얼차려 시행기준에 따르면 얼차려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 사이 1회 1시간, 1일 2시간 이내로 부과돼야한다. 1시간 초과 시 중간 휴식시간도 부여해야한다.
또 야전 부대에 복무 중인 상병, 병장은 보행 얼차려를 받을 시 1회 1㎞ 이내, 4회 반복하더라도 4㎞ 이내여야한다. 이와 함께 얼차려는 반드시 집행자 감독 하에, 공개된 장소에서 진행해야한다.
김씨 등이 받은 얼차려는 시행기준인 4㎞의 5배가 넘는 거리였고 얼차려가 언제 끝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지시도 없었으며 현장에 감독자도 없었다.
이에 얼차려를 부과한 대대장은 "병영부조리에 대한 신상필벌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얼차려를 직접 시행한 포대장(중대장)이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식사시간과 휴식시간 등을 부여했으므로 감정적 보복행위가 아니다"며 강조했지만 인권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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