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민낯이 궁금하다면 명동과 동대문 사이에 위치한 을지로를 찾아보면 어떨까.
을지로 일대에는 1960~1980년대 산업화를 이끌었던 상점들 다수가 당시 모습 그대로를 보존하고 있다.
◇목마름 달래주는 노가리골목
서울지하철을 타고 을지로 3가역 2번 출구로 올라오면 타일·도기특화거리를 만날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3곳이었던 타일가게는 지난 1961년 정부가 타일 수입금지령을 내리면서 140여개까지 늘었다.
그 주변에는 80년간 한 곳에서 수제화를 만든 '송림수제화'가 있다. 송림수제화는 3대째 자리를 지켜온 명성답게 오랜 역사를 인정받아 올해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송림수제화와 함께 미래유산으로 선정된 '노가리골목'도 빼놓을 수 없다. 해가 저물면 13개 호프집에서 야외까지 점령(?)한 테이블이 노가리와 생맥주를 찾는 손님들로 가득 찬다.
노가리골목 주변상가의 한 상인은 "노가리골목에는 을지로 소상공인들의 애환이 담겨져 있다"며 "노가리 한 접시값이 몇천원에 불과해 서민들이 퇴근후 한잔하는데 제격"이라고 말했다.
관수교~세운교 남단 골목길에는 530여개의 공구상점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금속과 정밀, 조물 등 손글씨 간판 아래에서 작은 못과 전선, 드라이버 등 생활공구는 물론 복잡한 금속제품들도 토해낸다.
산업화시대 흔적을 볼 수 있는 '공구거리'는 영화 촬영장소로도 주목받는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의 공구상점 배경이 이곳이다. 최병훈 감독의 '도둑들', 조의석·김병서 감독의 '감시자들'도 이곳에서 찍었다.
◇청년스타트업의 발판 '산림동 조각특화거리'
세운상가 뒷편 조명상가를 지나면 산림동 조각특화거리가 시작된다.
중구는 산림동의 빈 점포를 임대한 뒤 가격을 낮춰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을지로 디자인예술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6개 점포에 8개팀의 청년들이 예술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시민들은 전시장을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제품을 현장에서 구매하게 되는데 인기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극중 도민준의 식탁에 놓였던 종이 등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창작공간은 청년스타트업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1호인 '퍼블릭쇼'는 도자기를 만드는 예술팀이다. 이들은 경기도 이천시 한국세라믹기술원에서 공방을 운영하다 지난해 7월부터 산림동 디자인예술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최근 투자를 받아 이천 공방을 정리하고 산림동에 정착했다.
◇숨은 볼거리의 방점, '숨은 맛집'
골목길을 따라 걷다보면 상점들과 오랜 세월을 겪어온 '숨은 맛집'들도 만날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중구 산림동의 '전통아바이순대'. 순댓국과 머리고기는 미식가들 사이에 이미 정평이 나 있다.
대통령 단골 양·대창집으로 유명한 '양미옥'과 설렁탕이 주메뉴인 '이남장', 군만두로 알려진 '오구반점', 평양식 냉면으로 손꼽히는 '을지면옥' 등 최소 30년 이상 된 맛집들도 골목 곳곳에 자리한다.
중구는 이같은 을지로 골목의 숨은 볼거리와 이야기를 체험할 수 있도록 골목길 투어 '을지유람'을 오는 23일부터 매달 둘째·넷째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90분간 진행한다.
시민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중구 누리집(www.junggu.seoul.kr)에서 신청하면 된다.
limj@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