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극단 국수주의 정치가, 유엔 전쟁법정에서 무죄 판결

기사등록 2016/03/31 22:27:39 최종수정 2016/12/28 16:50:46
【AP/뉴시스】1999년 자료 사진으로, 당시 세르비아 부총리인 보지슬라브 세셀즈가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세르비아에서 독립하려는 코소보에 대한 나토 개입 반대 연설을 하고 있다. 31일 유엔 특별법정에서 세셀즈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16.3. 31. 
【헤이그=AP/뉴시스】김재영 기자 = 유엔의 유고 전쟁범죄 특별법정은 31일 세르비아의 극단 국수주의 정치가 보지슬라브 세셀즈에 대한 9개 항목 기소에 대해 모두 무죄 판결을 내렸다.

 세셀즈는 1990년대 유고 연방 해체 직후 보스니아와 크로아티아의 독립운동을 저지하며 세르비아 민병대에게 잔학행위를 선동한 혐의로 기소됐다. 옛 유고에 관한 국제형사법정(ICTY)의 검찰부는 박해, 살인, 고문 등의 죄로 세셀즈(61)에게 28년형을 구형했었다.

 이날 헤이그 법정에서 장-클로드 안토네티 재판장은 "이 무죄 판결로 세셀즈는 이제 자유인이 됐다"고 말했다.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는 세셀즈가 창당한 세르비아급진당 지지자들이 모여 무죄 판결에 고함을 지르고 요란하게 박수 치며 환영했다.

 3인 재판부는 다수결 판결을 통해 세셀즈를 기소 내용의 범죄와 연결시킬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1991년 유고 연방이 해체되자 핵심 공화국인 세르비아는 '대 세르비아' 건설을 기도하며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 지역에서 무슬림과 크로아티아계 등 비 세르비아계 거주민들의 강제 이주와 인종청소에 나섰다. 세르비아 민병대들이 세르비아의 슬로보단 밀로세비치 대통령의 선동과 지휘 아래 잔학행위를 저질렀다. 세셀즈는 밀로세비치 밑에서 부총리를 지냈다.

 세셀즈는 옛 유고에 관한 유엔 특별법정이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세워진 직후인 2003년 검찰의 수배를 받자 헤이그 법정에 제 발로 들어왔으나 혐의 내용은 부인했다. 변호인 선임을 거부하고 스스로 변호에 나섰으며 2014년 암에 걸려 인도적 이유로 석방돼 세르비아로 돌아와 정치 활동을 재개했다.

【베오그라드=AP/뉴시스】지난 24일 세르비아 국수주의 정당 창시자이자 전범 혐의자인 보지슬라브 세셀즈가 총선을 앞두고 유세 중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잇다. 세셀즈는 31일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16. 3. 31.
 세르비아 총선이 4월24일 예정된 가운데 세셀즈의 국수주의 정당은 현 정부가 추진중인 유럽연합(EU) 가입을 포기하고 러시아와 보다 깊은 유대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셀즈는 최근 유세에서 EU 기를 불태우기도 했다.

 유엔 법정 검찰부는 이날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며 항소할 뜻을 나타냈다. 보스니아와 크로아티아 국민들도 세셀즈의 무죄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러시아 언론은 판결을 칭찬했다.

 한편 ICTY에 체포됐던 밀로세비치 대통령은 2006년 법정 옥사했으며 보스니아의 세르비아계 지도자인 라도반 카라지치는 1주일 전 40년형을 선고 받았다.  

 kj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