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키나파소 전 독재자, 망명국서 시민권 취득

기사등록 2016/02/25 11:48:24 최종수정 2016/12/28 16:39:49
【파리=AP/뉴시스】1987년 정치적 동지 관계인 토마스 상카라 당시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 12명을 암살한 혐의로 지난해 국제수배에 오른 블레즈 콩파오레 전 대통령이 망명국인 코트디부아르에서 시민권을 취득한지 1년이 넘는다는 사실이 24일(현지시간) 뒤늦게 확인됐다. 사진은 2012년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의 콩파오레 당시 대통령.2016.02.25.
【와가두구=AP/뉴시스】최희정 기자 = 정치적 동지를 암살한 혐의로 국제수배에 오른 블레즈 콩파오레 전(前) 부르키나파소 대통령이 망명국인 코트디부아르에서 이미 약 1년전에 시민권을 취득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로써 콩파오레가 본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을 효과적으로 차단한 셈이 됐다고 24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들이 전했다.

 시민권 부여 법령에는 알라산 와타라 코트디부아르 대통령이 2014년 11월 서명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런 사실은 이번에야 확인됐다. 코트디부아르는 범죄자가 자국 시민인 경우, 추방하지 않는다.

 이에 부르키나파소 시민사회는 상반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스마엘 디알로는 BBC에 "전직 대통령이란 사람이 사법당국이 손을 쓸 수 없도록 만들다니 수치스럽다"고 비판했다.

 반면 파스칼 자이다는 "콩파오레가 '승리자'(현 집권정부)의 법에 따르는 곳에서 정당한 절차를 보장받을 수 있을 때까지 돌아오지 않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부르키나파소 전직 대통령 콩파오레는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신생 부르키나파소를 이끈 토마스 상카라 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 12명을 암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콩파오레는 법무장관을 지내던 1987년, 정치적 동지 관계인 상카라 당시 대통령을 암살한 뒤 권좌에 올랐으며, 27년간 장기 독재하다가 2014년 10월 민중봉기로 축출됐다. 이후 부르키나파소 사법당국은 28년 전 상카라 사망에 관한 재수사에 착수했으며, 지난해 12월 콩파오레 전 대통령에 국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코트디부아르 출신인 콩파오레의 부인은 남편이 2014년 10월 축출된 이후 고국으로 망명했다.

【와가두구=AP/뉴시스】지난 5월25일 부르키나파소 와가두구 동부 외곽에 위치한 다그노엔 공동묘지 인근에서 현지 보안군이 보초를 서고 있다. 이 묘지에는 토마스 상카라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 12명이 묻혀 있다. 2015.10.14.
 ‘아프리카의 체 게바라’로 불릴 만큼 혁명 영웅으로 존경받았던 상카라 전 대통령은 1983년 부정부패와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잔재 일소를 내세워 쿠데타를 일으켜 33세의 나이로 권력을 장악했다. 나라 이름을 오트볼타에서 ‘정직한 사람들의 나라’라는 뜻의 부르키나파소로 바꾸면서 야심 찬 사회경제 개혁을 추진했다. 나무 1000만 그루를 심고, 풍토병에 시달리는 국민에게 예방접종을 실시했으며 자급자족 경제를 확립하기 위해 토지와 광산을 국유화하고 지하수를 개발했다. 봉건 지주의 땅을 농민에게 재분배했으며 여성할례와 강제결혼·일부다처제를 불법화하고 내각 고위직에 여성을 임명하는 등 급진 좌파 정책을 시행했다. 정부의 부패는 물론 프랑스 제국주의 결탁 세력을 척결하기 위해 힘썼다.

 그러나 급진적인 사회 변혁을 이루기 위해 권위주의적 통치를 실시했으며, 노동조합과 자유언론이 자신의 계획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해 금지시켰다. 그의 정책은 빈곤층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으나, 중산층과 기득권층의 반발을 샀다. 주변국 독재자들도 개혁 세력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경계했다. 결국 외국 세력의 사주를 받은 콩파오레가 일으킨 쿠데타로 상카라는 1987년 10월 살해당한 후 서둘러 매장됐다.

 상카라 가족은 시신 확인과 함께 사인을 규명코자 수도 와가두구 외곽 다그노엔 공동묘지에 있는 유해 발굴을 요구해왔으나, 27년간 장기집권한 독재자 콩파오레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콩파오레는 상카라의 죽음과의 관련성을 부인해왔다. 콩파오레가 추방된 후 과도정부는 민주화 열기 속에서 지난 3월 상카라의 유해발굴을 승인, 조사를 벌였다. 지난해 상카라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 부검 후 DNA시험에서 신원 확인이 불가능했으나, 시신에 수십 발의 총탄이 박혀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부르키나파소는 지난해 11월 28년만에 새 지도자를 뽑는 대선을 성공적으로 치렀으며, 전직 총리인 로크 마크 크리스티앙 카보레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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