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던 존슨 런던 시장, 왜 ‘EU탈퇴’ 선언했나

기사등록 2016/02/22 18:17:51 최종수정 2016/12/28 16:38:49
【런던=AP/뉴시스】보리스 존슨 영국 런던시장이 21일(현지시간) 자택 앞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지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6.02.22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 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를 저지하기 위한 EU개혁안 협상이 지난 19일 타결됐지만, 복병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나타났다.

 브렉시트를 두고 침묵을 지켜온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EU협상을 타결한 직후 ‘EU탈퇴’ 지지를 선언한 것이다.

 21일(현지시간) BBC 등 영국 언론은 캐머런 총리와 같은 보수당 소속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이 브렉시트 찬성 운동에 나설 것을 공식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날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EU탈퇴(Vote Leave)에 투표하는 것을 지지하기로 했다”며 “국민 재산을 지키고, 통제권을 되찾기 위해 더 나은 합의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결정이 총리가 되려는 야망과는 상관이 없다며, “캐머런 총리에 반대할 수 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날 텔레그래프에 기고한 칼럼에서 “EU 잔류 결정은 민주주의의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국민투표는 진정한 변화를 위한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21일 ‘존슨 런던 시장이 즉흥적인 기자 회견을 가진 이유’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번 기자 회견이 즉흥적으로 잡힌 것 같지만, 사실은 완전히 계획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40분 존슨 시장은 캐머런 총리에게 “EU탈퇴를 지지하기로 했다”는 결정을 문자 메시지로 보낸지 10분만에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에 앞서 지난 20일 오전 총리에게 EU탈퇴 지지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총리로부터 답장을 받지 못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EU탈퇴 운동 진영을 대표하는 인물로 부상한 보리스 존슨은 누구인가?

【런던=AP/뉴시스】보리스 존슨 영국 런던시장이 21일(현지시간) 자택 앞에서 취재진에 둘러싸여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지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6.02.22
 그는 거리에서 사람들이 몰리는 가장 인기있는 영국 정치인 중 한 명이며, 수년 간 영국의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돼온 인물이다.

 존슨은 1987~1999년 더 타임스와 데일리 텔레그래프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1989부터 6년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EU집행위원회에 관한 기사를 주로 썼으며, 이 과정에서 EU회의론적인 시각을 갖게 됐다. 존슨은 특히 자크 들로르 당시 EU 집행위원장에 대해 비판적인 기자 중 한 명이었다. 마거릿 대처 보수당 소속 영국 전 총리는 당시 EU회의론에 입각한 존슨의 기사를 즐겨 읽는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2008년부터 존슨은 런던 시장을 맡아 오고 있다.

 BBC는 ‘스타 정치인’(political box office)이자 카리스마형 정치인 중 한 명인 존슨의 브렉시트 지지 선언이 강한 호소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그가 역사적 중요성을 가진 국민투표를 통해 정치력을 시험하고 있다며, 존슨이 향후 영국 총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가디언은 존슨의 EU탈퇴 지지선언은 총리직을 겨냥해 계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존슨이 2단계를 거쳐 나아갈 것이라며, 지난해 여름에 국민투표에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간에) 이기는 쪽에 서야 한다는 지지자들의 조언을 들었다고 전했다.

 한편 가디언은 존슨 시장이 EU탈퇴 운동을 하다 지더라도 정치인으로서 살아남을 수는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분석했다. EU잔류를 주장하다 국민투표에서 지면, 정치인으로서 생명이 끝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란 것이다. 

 dazzl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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