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25년을 맞이한 허연(50)의 네번째 시집 '오십 미터'가 출간됐다. 1991년 '현대시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한 그는 시집 '불온한 검은 피' '나쁜 소년이 서 있다' '내가 원하는 천사' 등을 냈다. 이번 시집에는 2013년 현대문학상 수상작 '북회귀선에서 온 소포' 외 6편과 시작작품상 수상작 '장마의 나날' 등이 수록돼 있다.
세월 속에 찌든 슬픔, 마모되어 소멸해가는 존재들에 시선을 보내며 일상에 안주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날선 타자로 견뎌나가는 시인의 사투, 그만의 업(業)을 완성하려는 치열한 자세가 담겨 있다. 시인으로 살아온 25년의 세월 동안 예민한 감각으로 도시의 쓸쓸한 풍경을 포착하고 거침없이 고통을 가로지르며 삶의 노예가 되지 않고자 몸부림친 절실함의 기록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바다에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며/ 너에게 섬 이름을 적어준 걸 후회했다// 이 계절 목숨을 건 순례는/ 늘 범람으로 끝이 난다/ 여운은 짧고/ 쓸러가선 다시 오지 않는다."(섬)
"마음이 가난한 자는 소년으로 살고, 늘 그리워하는 병에 걸린다// 오십 미터도 못 가서 네 생각이 났다/ 오십 미터도 못 참고 내 후회는 너를 복원해낸다."(오십 미터)
허연은 "난 알고 있었던 것"이라며 "생은 그저 가끔씩 끔찍하고, 아주 자주 평범하다는 것을"이라고 전했다. 141쪽, 8000원,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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