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방송은 수백 통의 편지와 사진을 분석한 결과,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년)가 교황이 되기 전인 1973년 카롤 보이티와 추기경 시절에 폴란드 태생의 미국인 철학자 안나-테레사 티미에니에츠카(1923~2014년)를 만나 우정을 쌓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다만 교황이 순결 서약을 어겼다는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폴란드 출신인 요한 바오로 2세는 크라쿠프 대주교와 추기경을 거쳐 교황이 됐다.
티미에니에츠카는 보이티와 추기경이 쓴 철학책에 대해 문의하고자 접촉, 미국에서 폴란드로 건너왔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50세였다.
이후 두 사람은 바로 연락하기 시작했다. 초기에 보이티와 추기경의 편지는 공식적이었으나, 점차 우정이 자라나면서 비공식적인 친밀한 형태를 띠었다.
그러다 두 사람은 보이티와 추기경이 쓴 책 ‘행동하는 인격’(The Acting Person)의 확장호를 발간하기로 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비서를 대동하거나 혹은 단독으로 티미에니에츠카와 만나는 등 자주 연락을 취했다.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추기경 시절 당시 사진에서 바오로 2세의 모습은 매우 편안해 보인다. 그는 휴가 기간에 산책을 하거나 같이 스키를 타러가자고 티미에니에츠카에게 제안했으며, 이에 티미에니에츠카는 단체 캠핑 여행에 참가했다. 또한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한 적도 있다.
보이티와 추기경이 1976년 미국에서 열린 가톨릭 회의에서 참석했을 당시, 티미에니에츠카는 그에게 뉴잉글랜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자신의 가족들과 머물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BBC는 바오로 2세가 편지를 통해 신앙의 범주에서 우정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솔직하게 내비쳤기 때문에 티미에니에츠카가 ‘강렬한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그는 1976년 9월 티미에니에츠카에 대한 편지에서 “친애하는 테레사, 편지 3통을 모두 받았어요. 당신은 마음이 찢어지는 듯하다고 썼죠. 하지만 여기에 아무런 답변을 줄 수 없네요”라고 썼다.
바오로 2세는 그녀를 ‘하느님으로부터의 선물’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또 어린 시절 첫 영생체 때 아버지로부터 선물로 받은 스카풀라를 티미에니에츠카에게 선물했다. 스카풀라는 작은 천조각, 목재 또는 얇은 판 모양의 종이로 구성돼 있으며 종교적 도상이나 문구가 기재돼 몸에 지니도록 한 성물이다. 바오로 2세는 1979년 10월 편지에서 이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미 지난해 '난 당신에게 속해 있다'는 말에 대한 대답과 그 방법(스카풀라)을 찾았어요. 이것은 당신이 가까이 있거나 멀리 있을 때, 어떤 상황에서든지 당신을 받아들이고 느낄 수 있도록 해줍니다"고 적었다.
BBC는 교황에게는 여자 친구가 여러 명 있었지만, 티미에니에츠카에 대한 감정은 더욱 강렬하며, 관계의 의미를 해석하고자 애썼다고 전했다.
이런 관계는 바오로 2세가 교황이 된 이후 2005년 선종할 때까지 30년 이상 이어졌다. 티미에니에츠카는 선종하기 전날에도 그를 만났다고 BBC는 보도했다.
캠브리지 대학교 기독교 역사를 가르치는 에이먼 더피 교수는 “20세기 가톨릭 교회사상 위대한 인물 중 한 명인 요한 바오로 2세는 매력적인 여성과 절친한 사이였다”고 말했다.
27년간 재임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005년 사망했으며, 2014년 성인(saint) 칭호를 받았다.
BBC는 15일 오후 8시30분(GMT 기준) 영국 내 BBC1에서 ‘요한 바오로 2세의 비밀 편지’ 편을 방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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