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최남단 섬 작은 학교 '가파초교 마라분교'의 마지막 수업

기사등록 2016/02/04 16:21:30 최종수정 2016/12/28 16:34:14
【제주=뉴시스】장재혁 기자 = 4일 국토 최남단 섬,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에서 유일한 학생 6학년 김영주(13)군이 오동헌 선생님과 졸업식을 앞두고 교실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는 재학생이 없어 내일 5일 졸업식을 마치면 휴교를 한다. 2016.02.04.  jjhyej@newsis.com
마라분교, 신입생 없어 1년간 우선 휴교 결정

【제주=뉴시스】장재혁 기자 = 우리나라 국토 최남단의 섬으로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항에서 남쪽으로 11㎞, 가파도에서 5.5㎞ 해상에 있는 마라도.

 이 곳 마라도에서 5일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졸업을 끝으로 문을 닫는 학교가 있다.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의 유일한 학교인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가 그곳이다.

 유일한 재학생인 6학년 김영주(13)군이 이날 졸업하면 이 학교에는 이제 학생이 없다. 마라분교는 김 군의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신입생이 배정될 때까지 개교이래 처음으로 휴교한다.

 김군에게 이 학교는 특별하다. 마라도에서 짜장면집을 운영하는 부모를 둔 김군에게 6년 동안 희망찬 미래를 꿈꾸고 많은 추억이 깃든 곳이다.

 주변에서 '혼자 있으면 외롭겠다'며 걱정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방송인 성시경·엄태웅 등과 함께 한 예능프로그램 1박 2일 출연, 도민체전 최연소 성화봉송 주자로 활약, 학생 2명만으로 만들어낸 학예회 발표 등은 김 군에게만 주어진 특별한 추억들이다.

 졸업식을 하루 앞둔 4일 기자가 학교를 방문했을 때 마지막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선생님과 마주앉아 1대1로 하는 수업 방식이 여느 학교와 달랐지만 공부의 열정은 다른 도시 학교 학생에 비교해 뒤지지 않았다.

 수업을 마치고 책 표지를 덮는 김 군에게 '학교를 떠나는 마음이 어떠냐'고 소감을 묻자, 쑥쓰러워 하며 즉답은 하지 않았지만 서운한 표정이 역력했다.

【제주=뉴시스】장재혁 기자 = 4일 국토 최남단 섬,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는 휴교를 앞두고  태극기 펄럭이고 있다.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는 5일 김영주 군이 졸업하면 재학생이 없어 휴교한다. 2016.02.04.  jjhyej@newsis.com
 오동헌 교사는 김 군의 두 손을 잡고 "벌써 1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며 "너무 짧게 느껴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 교사는 "그동안 영주가 선생님을 잘 따라 줘 고맙게 생각한다"며 "중학교에 가서도 더욱 열심히 공부해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당부하며 마지막 수업을 마무리했다.

 10여년 간 이 곳에서 학습보조강사 역할을 해 온 김군의 어머니 김은영(47)씨도 "영주가 졸업하면 이젠 마을에 학생이 없다"면서 "학교가 문을 닫으면 마을이 휑할 것 같다"며 아쉬운 마음을 토로했다.

 김군은 3월이면 섬을 떠나 제주시내 중학교에 입학한다. 비록 올해 이 학교에서 수업하는 모습을 볼 순 없지만 내년에는 다시 문을 열 수도 있다.

 김 군의 남동생이 초등학교에 다닐 나이가 돼 입학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58년 문을 연 마라분교에는 한 때 20여명에 이르는 학생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최근 몇 년간 학생 수는 한 자릿수로 줄었고, 급기야 전교생이 1명뿐인 학교로 겨우 명맥만 유지해왔다.

 그동안 제주도교육청은 휴교를 막기 위해 신입생 유치노력을 벌였지만, 입학생을 찾지 못해 어쩔수 없이 휴교를 결정하게 됐다.

 jjhyej@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