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4년차 가수 겸 연기자인 도경수(23)도 비슷하다. 아직은 ‘신인’ 연기자답게 여리고 풋풋하면서도 굳센 강단이 엿보인다. “배우나 가수를 떠나 그냥 사람으로서 멋진 남자가 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그저 20대 남자의 호기로만 들리지 않는다.
‘순정’은 영화 ‘카터’(2014),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2014)로 연기자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도경수의 첫 주연영화다. 라디오 생방송 도중 DJ 형준(도경수)에게 23년 전 과거로부터 편지가 오고, 이를 통해 섬마을에서 나고 자란 다섯 친구들의 우정과 애틋한 첫사랑이 그 시절 유행음악과 함께 찬란하게 펼쳐진다.
‘홍합’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창훈의 자전적 단편소설 ‘저 먼 과거 속의 소녀’가 원작이다. 실화를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도경수를 비롯해 김소현, 연준석, 이다윗, 주다영이 함께 끌고 간다. 그들의 연기 호흡이 눈부시다.
-섬마을 소년소녀들의 그 시절 여름방학이 정말 순수하고 아름답고 아프다.
“실제로 전라남도 고흥과 근처 섬에서 3개월 먹고 자면서 찍은 영화다. 양조장 하는 큰 이모가 고흥에 산다. 이모네 가서 밥 먹곤 했다. 수영은 수중촬영하면서 늘었다. 평소 물을 좋아했다.”
-첫 주연작인데 부담감을 느꼈나.
“처음에는 별로 의식 못하다가 주위에서 주연이니까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해서 좀 부담됐다. 막상 촬영을 시작해서는 잊었다. 이 영화는 다섯 친구가 다 주연이다. 아역 출신들이라 내가 오히려 도움을 많이 받았다.”
“맏형이었다. 하지만 극중 친구라서 형이라고 부르되 서로 반말했다. 술자리 등 분위기는 주도했다. 형이니까 책임감이라고 할까. 배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 읽고 받은 느낌은?
“언제나처럼 이번에도 빨리 범실(형준의 어릴 적 별명)을 연기해보고 싶었다. 평소 내게 없는 모습이거나 대중에게 보여주지 못한 성격의 캐릭터를 만나면 그렇다. 물론 닮은 점도 있다. 범실의 경우 수옥을 향한 일편단심 같은 면이라든지 수옥이 곤란에 처하면 뒤 안 보고 돌진하는 면이 좀 닮았다.”
-상남자 타입인가.
“아니다. 남자답다기보다 그런 성격의 남자를 좋아한다. 아닌 건 아닌 거고, 맞는 건 맞는 거고 그런 게 좋다.”
-도경수의 열일곱살은 어땠나.
-‘엑소’의 디오와 연기자 도경수는 다르게 보인다. 의도한건가?
“그렇지는 않다. 다만 내게 들어오는 캐릭터가 마음의 상처나 과거에 아픔이 있는 역할이 많았다. 순박한 역할 말고 멋있는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 기회가 되면 누아르를 해보고 싶다.”
-영화 속 다섯 친구의 우정이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솔메이트가 있나.
“엑소 멤버들이다. 늘 같이 자고 먹고 하니까 제일 많이 대화하고 무슨 일이건 의논한다.”
-언젠가 숙소에서 독립하지 않을까.
“아직은 그런 생각 안 해봤다. 처음부터 너무 친구 같고, 같이 있으면 너무 재미있다. 한 명 빼고 다 연기를 시작해서 같이 살아도 얼굴을 잘 못 보는데, 잠도 같이 안 자면 많이 소원해질 것이다.”
“나도 궁금하다. ‘순정’에 어울리는 장면이다. 그 뽀뽀신에 담긴 의미가 잘 전달될지 궁금해 개봉하면 영화관에 몰래 가서 볼까 생각 중이다.”
-사실, 수위가 좀 낮다.
“개인적으로 좀 아쉽다. 범실의 마음을 행동이나 말투, 눈빛으로만 표현해야 했는데 제대로 다 표현 못한게 아닌가 그런 걱정이다. 키스신은 멜로영화의 클라이맥스다. 팬들이 키스신도 작품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1991년이 시대적 배경이라 그 시절 음악이 많이 나온다. 가장 기억에 남는 노래는.
“김민우의 ‘사랑일뿐이야’. 진짜 와 닿았다. 범실을 위한 노래같다.”
-영화 찍으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남자다움에 대한 열망이 큰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그냥 진짜 남자답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남자다운 게 뭔지는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닮고 싶은 남자다운 배우는 한국의 조인성. 외국으로 나가면 조지 클루니, 숀 펜이다. 이번 ‘순정’ 대본을 조인성 형에게 보여줬는데 나랑 잘 어울리고 작품이 좋다고 얘기해줬다. 부족하지만 형의 그런 조언 덕분에 계속 연기할 수 있는게 아닌가.”
-가요계와 영화계는 분위기가 많이 다를 텐데.
“어떤 자리이건 모인 사람들의 성격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본다. 그 자리에 맞춘다. 또 꾸밈을 싫어한다. 가식은 싫다. 가요계건 영화계건 그냥 나 답게 행동한다.”
-10년 뒤 모습을 그린다면.
“배우나 가수를 떠나서 멋있는 남자가 되고 싶다. 사람으로서. 멋진 남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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