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니 이란 대통령, 38년 전 호메이니와 혁명 주도했던 파리 다시 찾아

기사등록 2016/01/28 16:53:04 최종수정 2016/12/28 16:31:59
【파리=AP/뉴시스】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가운데) 이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회담장에 도착해 웃고 있다.  2016.01.28
【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국제사회의 경제·금융제재 해제 이후 처음으로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방문하고 있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행보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25~27일 이탈리아에 이어 27~28일 프랑스 파리를 방문해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협력을 맺을 예정이다.

 로하니 대통령에게 이번 프랑스 방문은 양국간의 경협 강화라는 점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년 시절 프랑스 파리에 머물면서 이슬람 혁명에 가담했던 그가 중도·실용 성향의 대통령이 돼 옛 추억이 서려있는 프랑스 땅을 다시 밟게 됐기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로하니 대통령은 젊은 시절 팔레비 왕조 '샤(국왕)'를 비판하며 반정부 활동에 참여했다. 그는 1972년 테헤란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콤(Qom)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글래스고 칼레도니안대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청년 로하니는 영국 유학을 마친 1978년 프랑스로 건너와 시아파 최고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가 주도하는 이슬람 혁명에 가담했다. 당시 호메이니는 팔레비 왕조 반대 시위를 이끌다가 이란에서 추방된 후 이라크를 거쳐 프랑스 파리 교외의 노플 르 샤토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었다.

 당시 프랑스는 이란에서 망명한 개혁파들이 거점으로 삼아 활동하던 곳이다. 팔레비 왕조의 마지막 총리 샤푸르 바크티아르가 파리 인근에서 암살되기도 했다. 1978년 12월에는 이란 군인들까지 4800㎞나 떨어진 곳에 있는 호메이니의 호소에 부응해 반정부 투쟁에 가담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프랑스 정부는 호메이니에게 프랑스 내에서의 정치 활동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전 세계 언론들은 프랑스 파리에서 이란 개혁파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당시 한국을 비롯한 각국 언론들은 호메이니가 프랑스 자택에서 반정부 인사들과 만나는 사진을 지면에 싣는 등 프랑스 내 이란 혁명파 소식을 연일 보도했다.

【파리=AP/뉴시스】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가운데) 이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회의를 마친 후 웃으며 걸어가고 있다. 2016.01.28
 로하니도 호메이니가 '원격으로' 이끄는 이란 이슬람 혁명의 한 가운데 서 있었다. 이들을 열성적으로 지지했던 시위대는 로하니와 호메이니의 음성 메시지를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하고 연설문을 복사해 시민들에게 배포했다.

 이듬해 1월 이슬람 혁명으로 샤가 물러났다. 2주 뒤인 2월1일, 로하니와 호메이니는 에어프랑스 특별 항공기를 타고 이란으로 돌아왔다. 로하니는 이후 정계에 정식으로 입문했고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지도자로 급부상했다.

 프랑스에서 이란으로 돌아온 지 37년이 흐른 지난 27일, 로하니 대통령은 프랑스 파리 땅을 다시 밟았다. 이번엔 한 나라의 대통령 자격으로 방문했다.

 그는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프랑스 최대 산업 단체 '프랑스산업연맹(Medef)' 소속 기업인과 회담을 열고 이란 경제 회복을 위한 스킨십 쌓기에 공을 들였다.

 로하니 대통령은 오는 28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열고 양국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경제 협력 방안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한다. 두 정상은 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jhka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