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방송된 ‘응답하라 1988’ 19화 ‘당신은 최선을 다했다’ 편이 유료플랫폼 가구 평균 시청률 18.6%, 최고 시청률 21.7%를 기록했다. 특히 1화부터 궁금증을 안고 갔던 여주인공 덕선(혜리)의 남편이 밝혀지면서 택(박보검)과 정환(류준열)을 성원한 시청자들의 상반된 반응이 온라인을 후끈 달구고 있다.
정환을 지지하던 시청자들은 1화에서 혜리와 그녀 남편의 성인 연기자로 이미연과 김주혁이 출연했는데, 어떻게 김주혁이 택이가 될 수 있냐며 작가가 반전을 위해 택이로 무리수를 둔 게 아니냐는 불만도 터트렸다.
“처음에는 빡치다가 이젠 마음이 너무 아프고 시리다. 정팔이가 작가의 펜질로 어이없게 끝내버린 첫사랑을 꼭 18살 그때의 나인 거 같아서. 내가 3달 동안 너무 몰입을 했나보다. 정팔이가 조금만 연기를 못해줬으면 이렇게 허무하고 좌절하진 않았을텐데”, “작가가 갑자기 남편을 바꾼 듯한 이 찜찜함. 김주혁 성격하고 택이랑 매치가 안 됨. 작가가 박보검 팬이라더니 어휴”라는 글도 보인다.
하지만 드라마 전개상 처음부터 택이였다는 의견도 많다. “스킨십이 허용된 단 한 명. 덕선의 식구들과 밥 먹은 단 한 명 택이. 첨부터 택이였다구” “그냥 첨부터 천재바둑기사와 소녀의 사랑이 초점이었어. 뭘 자꾸 급히 택이로 바꿨대. 참 나”라는 반응들이다.
‘응답하라 1994’ 때도 나정(고아라)의 남편을 두고 쓰레기(정우)와 칠봉이(유연석)을 나누고 ‘청군백군’ 싸움이 벌어졌다. 이 경우 나정은 처음부터 쓰레기를 짝사랑했다. 하지만 ‘응답하라 1988’에서 혜리는 철부지 10대 소녀처럼 마음이 오락가락했다. 선우(고경표)를 짝사랑했으나 선우가 언니 보라(류혜영)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마음을 접었다. 이후 단짝 친구들이 정환이 덕선을 좋아한다는 말에 잠시 정환에게 마음을 줬다. 하지만 정환이 택과의 우정을 위해 자신의 마음을 감추면서 덕선은 정환과 사귈 기회를 잃었다.
이후 바둑 말고 모든 일에 서투른 택을 남동생처럼 돌보던 덕선이 택의 몸짓에 다른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기원에서 녹초가 돼 귀가하던 택이 덕선의 어깨에 머리를 묻은 순간, 덕선의 표정은 미세하게 흔들렸다. 정환과 택이 ‘사랑 양보 전쟁’에 돌입하면서 택이 덕선과 영화를 보자던 약속을 취소하자 덕선은 되는 일이 없다며 속상해했다. 두 사람의 꿈속 키스신으로 온라인이 떠들썩했던 그 날도 키스신에 앞서 덕선은 다른 친구들이 다 간 뒤 혼자 택의 방을 찾았다. 덕선이 택에게 친구 이상의 다른 마음이 생겼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동안 시청자들은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택)과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김정환)의 증거들을 채집한 뒤 누가 덕선의 남편이라고 주장하며 드라마의 열기를 증명했다. 결국 남편 찾기의 나침반은 ‘공부는 못하지만 인생을 아는’ 도룡뇽(이동휘)의 우문현답에 있었다.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덕선의 고민 상담에 도룡뇽이 했던 “넌 누굴 좋아하냐”가 모든 사랑의 핵심인 것이다.
돌이켜보면 ‘응답하라 1994’에서 나정은 늘 쓰레기를 사랑했었다. 뒤늦게 자신의 진로를 찾은 덕선은 자신의 마음을 알아채는데 남들보다 조금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결국 사랑은 둘의 마음이 같아야 이뤄지는 것이다.
글쓴이는 ‘응답하라’ 전작 시리즈와 비교하며 ‘개새(응답하라 1997)-쓰레기(응답하라 1994)-그러니까 개정팔(응답하라 1988)’이라는 공식을 많이 봤고, 이게 너무 그럴듯하다고 생각했었다”고 시작했다. 하지만 여주인공의 성격에서 이전 시리즈와 다른 이질감을 받았다.
성시원(정은지), 성나정(고아라), 성덕선(혜리), 셋 다 결핍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덕선의 경우 그 결핍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해석이다.
형제들 중 한 명의 부재라는 결핍(시원의 언니, 나정의 오빠가 사고로 부재했었다)과 똑똑한 언니와 남동생 사이의 가난한 집 둘째딸이 가지는 자존감 결핍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성시원과 성보라가 “누가 나를 사랑해주건 말건 그딴 건 개나 줘” 할 수 있을 정도로 ‘강철 멘털’의 소유자라면, 덕선을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나정은 부유한 집안의 하나뿐인 딸에 예쁘고 공부도 잘했다. 하지만 덕선은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공부 잘하는 언니와 차별을 당했고 첫 화부터 둘째딸의 설움을 표하며 눈물을 펑펑 흘렸다.
성동일이 앞선 세 딸과 보라까지 총 네 명의 딸을 대하는 태도도 달랐다고 짚었다. “잔소리할 거리도 별로 없는 스무 살 넘은 다 큰 딸 나정이와 보라는 일단 논외로 치더라도 공부 못하는 고등학생 두 딸 시원이와 덕선를 대하는 차이는 극명하다”는 것이다. “시원이한테 갖은 (애정 섞인) 쌍욕을 퍼붓지만, 덕선이한테는 늘 우리 덕선이가 최고다, 우리 덕선이가 제일 예쁘다, 공부 못해도 괜찮네, 다 괜찮네라고 해줬다. 물론 보라랑 머리 뜯으며 싸울 땐 한소리 하지만, 그건 싸움을 중재하기 위한 거지 덕선이한테 직접적으로 뭐라하지 않았다.”
딸들이 보통 아빠를 닮은 남자를 택하는데, 덕선이가 ‘츤데레’ 정환보다 다정한 택이를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언니 보라는 힘들 때 아무 말 않고 우산을 씌워주는 선우 같은 남자로 충분한데, 실제로 아버지 동일은 보라가 고시 공부를 하러 떠날 때 약봉지를 슬쩍 건네주는 것으로 부정을 전했다. 반면 덕선에게는 속정 깊지만 애정표현이 서툰 정환보다는 항상 온 마음과 눈빛으로 ‘괜찮아 덕선아’라고 해주는 택이가 배우자감으로 더 잘 맞다는 것이다. 결국 남편은 어남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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