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벌인 대규모 테러로 올해에만 800명 이상을 숨지게 한 극단 이슬람 무장조직 IS.
IS가 벌이는 대규모 테러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들이 테러를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이고 종착점은 어디인지, 국제사회의 대응에도 세력은 왜 더 커져만 가는지 의문은 해소되지 않는다.
중동 분쟁 전문기자 하영식(50)씨는 9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IS를 단순한 테러 단체로 인식하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15년 넘게 터키와 이스라엘, 발칸반도, 이라크, 이란 등 세계 곳곳의 분쟁 현장을 누빈 그는 IS를 '순수한 코란의 법이 관철되는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무장단체'라고 정의했다. 그는 IS의 실상을 알리는 동시에 이들에 대한 경계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최근 '분쟁전문기자 하영식 IS를 말하다'라는 책도 출간했다.
그는 "처음에는 이라크에서 미군이 철수하기 전에 계속 잡아들이고 전쟁을 벌여 지하드 조직들이 궤멸 상태까지 갔다"며 "그런데 마침 시리아에서 전쟁이 터지니까 그쪽으로 도망쳤다. 이들에겐 기회였을 것이다. 때마침 미국과 유럽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 대항할 반군을 조직하면 무기와 돈을 주겠다고 했다. 이때 수니파 지하드 조직들이 시리아로 많이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IS는 국가 선포 이후 '공포 정치'로 점령지를 통치했다. 하씨는 부패가 만연한 곳에서는 공포 정치가 효과를 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IS 점령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나라를 '바로 세우는' 공포 정치를 환영했을까. 하씨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모든 것을 IS가 바라는 대로 해야 하는 등 자유가 몰수됐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딸을 요구하는 IS를 피해 난민 행렬에 합류한 이브라힘의 얘기를 소개했다. IS는 이브라힘에게 "당신의 딸을 데리고 가는 것은 합법적이며, IS는 그럴 권한이 있다"면서 이브라힘을 협박했다고 한다. 그날 밤 이브라힘은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피난길에 나섰다. IS를 타깃으로 한 공습과 끝나지 않는 전쟁도 주민들이 IS 점령지를 떠나게 하는 이유가 된다.
하영식 씨는 또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는데 코란을 읽고 기도하는 법만 가르치는 종교 교육만 하고, 다른 유용한 과학과 기술, 외국어는 모두 서구 문물이라는 이유로 금지한다고 생각해보라"며 "IS는 점령지에서 예술도 없앴고 일상생활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금지시켰다. 예전에 어느 정도 자유로웠던 삶이 종교화·정형화되니 사람들이 탈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구 문물의 유입을 엄격하게 금하는 IS는 정작 자신들의 홍보 활동은 인터넷을 통해 하는 등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씨도 IS의 이중성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서구 문물은 기본적으로 단절해야 하는데, 자기들은 자유롭게 쓰고 일반 사람들은 단절시켜야한다는 식"이라며 "IS의 운동을 위해 사용하는 거니까 허용해야 한다고 합리화하는 것이다. 북한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지난 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의 경우에도 IS가 인터넷을 적극 활용해 언론 모니터링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파리 테러는 IS 지도부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지만 샌버나디노 총격 사건은 자생적인 테러범들이 벌인 일이기 때문이다. 하씨는 IS가 샌버나디노 총격 사건 용의자들을 '지지자(supporter)'가 아니라 '기사(knight)' 혹은 '병사(soldier)'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이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IS가 언론 모니터링을 통해 자신들을 지지하며 스스로 테러 행위를 벌이는 사람들을 인지한다는 것이다.
하영식 씨는 IS가 안정된 영토를 확보할 때까지는 절대로 전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IS가 영토를 넓혀나가다 보면 결국 이라크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란이 IS와 전쟁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동 일대에서 대규모 전쟁이 계속되다가 어느 시점에서 평화 협상이라는 명목으로 국경선을 긋게 되면 이전의 시리아나 이라크는 사라지고 대신 거대한 IS가 들어서는 시나리오다. 영토가 어느 정도 확정되고 주변 국가들과의 전쟁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IS의 사상적 모국이자 든든한 후원자인 사우디아라비아와 통합을 선언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그는 내놨다.
그러나 국제 정세를 고려하면 IS의 종착점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IS 등 수니파 무장조직을 물밑으로 지원하는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를 미국이 후방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중동에서 입지를 지키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를 놓을 수 없는 미국은 이슬람에 관해 '친수니 반시아' 정책을 고수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미국이 이들 국가에 판매하는 무기량이 엄청나며,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석유를 통제하기 위해 미국에 꼭 필요한 나라다. 그는 미군 주도 연합군이 1년 넘게 계속한 이라크·시리아 공습이 빛을 보지 못한 것도 미국이 자국의 이익만 챙긴 데 따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하영석 씨는 "공습이 제대로 안 이뤄지니까 효과가 없는 것"이라며 "현재 미국과 IS의 관계에 관한 의혹 중의 하나가 이라크의 라마디 시가 어떻게 IS에 떨어질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혹인데, 공중의 주도권을 쥔 미국이 시리아 락까에서 라마디까지 500㎞ 이상의 사막을 가로질러 가는 수백 명의 IS 조직원들을 공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기자들이 이유를 물었는데 미국 측에서는 '갑자기 모래 바람이 거세져 공중에서 제대로 볼 수 없었다'는 구차한 변명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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