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람푸스는 오스트리아 전설에 등장하는 도깨비로 성탄절 산타클로스를 따라다니며 나쁜 아이에게 벌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악마의 뿔을 단 크람푸스 분장을 한 채 거리를 행진하며 크리스마스를 기념한다.
29일(현지시간) 유럽 전문매체 더 로컬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티롤주(州) 리엔츠에 사는 주민들은 최근 성탄절을 앞두고 마을에 정착한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에게 크람푸스 행사를 소개했다.
크람푸스가 무엇인지 모르는 중동 출신 난민들이 흉칙한 크람푸스의 모습에 혼란에 빠지거나 겁을 먹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문화적 오해를 예방하기 위해 올해 크람푸스 행사에 쓰일 의상과 소품을 소개하는 자리에 마을에 사는 난민 자녀들을 초대했다.
이번 행사 자원 봉사자인 베티나 허베르는 "크람푸스는 오스트리아의 중요한 전통 가운데 일부"라며 "한 번도 크람푸스를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무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난민들에게 손으로 파서 만든 가면, 성탄절 종 같은 작은 소품들과 기괴하게 생긴 크람푸스 복장을 보여주며 행사의 의미를 친절히 가르쳐 줬다.
크람푸스를 처음 본 난민 어린이들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악마 분장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던 난민 부모들도 이내 괴물들과 악수를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는 어린이들의 수호성인인 성 니콜라스로 분장한 주민이 난민 어린이들에게 과자와 선물을 나눠주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분장에 참가한 한 주민은 "난민들에게 우리의 전통에 관해 미리 소개하고 싶었다"며 "난민들이 크람푸스 행사 때 겁을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ez@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