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91세를 일기로 별세한 화가 천경자의 차녀 김정희(미국메릴란드주 몽고메리 칼리지 미술과 교수)씨는 작품을 둘러싼 자녀들 간의 분쟁설을 일축했다.
27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유족의 입장을 밝힌 김씨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저희 자식들은 우애가 두텁고 서로 사랑하며 한마음으로 어머니 천 화백을 위하는 마음 밖에는 없었다"고 말했다.
언니 이혜선씨가 어머니 일을 독단적으로 처리하고 고통을 안겨줬어도 어머니 때문에 참았다고 했다. "항의를 한다든가 하면 흡사 가족 간의 분쟁같이 여겨질 수 있어 그랬다. 저희는 이렇게 자랐다. 어려서부터 어떻게 하든 어머니 성함 석 자에 누 끼칠 일은 말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랐다"
김씨는 어머니의 작품을 한 점도 가지고 있지 않고, 작품에 대한 권한은 언니 이혜선씨가 맡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껏 "어머니 작품을 팔거나 가져본다는 생각도 안 해봤다"면서 "작품의 법적인 권리에 대해서 소유권을 주장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5일 미국 뉴욕 자택에서 어머니를 본 게 마지막이라는 김씨가 이혜선씨에게 가장 원하는 것은 "어머니 유골을 어디에 모셨는지 알려달라는 것"이다.
이날 장녀 이혜선씨를 빼고 기자회견을 연 유족들은 서울시와 문체부에 천 화백에 대한 정당한 예우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서울시와 서울시립미술관이 이번에 천 화백의 사망 소식을 알고도 소식을 전하지 않는 것에 대해선 "납득하기 힘들다"며 "공공기관에서 이렇게 하는 것은 어머니와 사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천경자의 공적을 감안해 추모식에 적극적인 성의를 표해주길 바란다며 30일 오전 10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추모식을 거행한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하지 않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는 "가슴이 무너지는 비탄을 느낀다"며 93점이나 되는 작품을 선뜻 서울시에 기증한 사례가 과연 이전에 존재했는지 궁금하다면서 다시 한 번 문체부의 재고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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