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마, 이것은 '피아노'가 아니다…심장과 갈망 그리고 춤

기사등록 2015/10/08 06:52:00 최종수정 2016/12/28 15:43:23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루마와 안웅철 사진작가가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스트라디움 빌딩에서 열린 정규 9집 앨범 ‘피아노(Piano)’ 쇼케이스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번 앨범은 지난 2013년 발매된 정규 8집 ‘블라인드 필름(Blind Film)’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것으로, 다른 악기 없이 오직 피아노만으로 자신이 느끼는 마지막 낙원에 대한 갈망을 총 11개의 곡으로 담아냈다. 2015.10.07.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피아니스트 이루마(37)가 피아노의 '심장'(heart)을 두드리니 음악에 대한 '갈망'(yearning)이 더 생겨나고 결국 그는 음에 대한 '춤'(dance)으로 승화했다.  

 '하트'와 '이어링'과 그리고 '댄스'는 7일 오후 서울 이태원의 아이리버 음악공간 '스트라디움' 스튜디오에서 이루마가 연주한 곡명들.

 그가 2년 만에 발매한 정규 9집 '피아노' 수록곡들이다. 녹음 스튜디오와 공연장 기능을 겸하는 공간으로 최근 문을 연 이곳에서 울려퍼지는 이루마의 피아노 소리는 명징했다.

 하지만 반전이 있다. 실제 앨범에 담긴 피아노 소리는 진짜 피아노 아니다. 앨범 제목마저 '피아노'인데 실제 피아노 소리가 아니라니. 파이프 그림을 그려놓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써놓은 르네 마그리트의 대표작을 떠올리게 한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루마가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스트라디움 빌딩에서 열린 정규 9집 앨범 ‘피아노(Piano)’ 쇼케이스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번 앨범은 지난 2013년 발매된 정규 8집 ‘블라인드 필름(Blind Film)’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것으로, 다른 악기 없이 오직 피아노만으로 자신이 느끼는 마지막 낙원에 대한 갈망을 총 11개의 곡으로 담아냈다. 2015.10.07.  bluesoda@newsis.com  
 이루마는 '피아노'가 제주 곶자왈 숲과 이곳을 촬영한 안웅철 작가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은 앨범이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나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바랐다.

 "여리고 부족한 나를 말이다. 또 한 가지 숲의 고요함도 담고 싶었다. 그래서 여러가지 뜻이 이 제목에 담겨 있다. 피아노라는 악기가 언제가는 사라지지 않을까, 곶자왈 풍경이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피아노 소리를 인위적으로 만들었다."  

 클래식음악 연주자가 아니라는 이루마는 생으로 연주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했다. 하지만 "오늘은 내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었다. 앨범 속 피아노는 내가 가지고 있는 건반으로 녹음했다. 케이블을 새로 제작하하고 앰프를 개조하고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를 다시 증폭해서 피아노 소리를 새롭게 만들고자 했다. 그런 욕망이 있었는데 그게 얼마나 잘 전달될 지는 모르겠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루마가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스트라디움 빌딩에서 열린 정규 9집 앨범 '피아노(Piano)' 쇼케이스에서 앨범 수록곡을 연주하고 있다.  이번 앨범은 지난 2013년 발매된 정규 8집 ‘블라인드 필름(Blind Film)’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것으로, 다른 악기 없이 오직 피아노만으로 자신이 느끼는 마지막 낙원에 대한 갈망을 총 11개의 곡으로 담아냈다. 2015.10.07.  bluesoda@newsis.com  
 최근 사람 때문에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가정은 평탄하다. 그런 문제는 아니고. (웃음). 뮤지션이나 예술가들이 항상하는 고민에 시달렸다. 이제 뭘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 말이다. 그게 힘들게 했다."

 이루마는 2001년 1집 '러브 신(scene)'부터 제목뿐 아니아 곡 자체에서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2013년 8집 타이틀은 '블라인드 필름'이기도 했다. 주로 연주곡을 만드는 그답게 청중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연주 음악이다 보니 많은 걸 상상하게 만드는 것 같다"며 "대중을 무시하는 곡을 쓰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작곡가로 피아니스트라는 호칭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사실 연주가 점점 힘들어진다. 작곡을 전공했기 때문에 연주자와 비교당하는 게 두렵기도 하다. 이번엔 원하는 대로 쓰려고 했다. 많은 분들이 내 음악을 연주해주는데 이번 곡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연주할 수 있기를 바랐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루마가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스트라디움 빌딩에서 열린 정규 9집 앨범 ‘피아노(Piano)’ 쇼케이스에서 앨범 수록곡을 연주하고 있다.  이번 앨범은 지난 2013년 발매된 정규 8집 ‘블라인드 필름(Blind Film)’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것으로, 다른 악기 없이 오직 피아노만으로 자신이 느끼는 마지막 낙원에 대한 갈망을 총 11개의 곡으로 담아냈다. 2015.10.07.  bluesoda@newsis.com 
 하지만 대중은 이루마를 피아노와 동일시 한다. 이루마도 확인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내가 치지도 않은 피아노 곡들이 내가 연주했다고 적혀 있고, 어떤 분들은 다른 집에서 소음으로 피아노 치는 소리가 들리면 '이루마 납시었네'라고 말하기도 한다더라. 욕이 돼 버린 것도 있고, 좋은 것도 있는데 이제 깨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든다."

 내년 2월 자신이 공부한 영국에서 앨범을 내고 쇼케이스를 여는 이루마는 앞으로 오케스트라 같은 대곡을 쓰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고 눈을 빛냈다.  

 독일의 세계적인 음악 레이블인 ECM과 작업하고 가나아트센터 작가이도 한 안웅철(51)은 2004년 이루마 4집 때부터 그와 작업을 하며 이번 앨범에도 사진으로 영감을 줬다. "이루마는 한결 같은 동생인데 그런 한결 같음이 피아노와 닮았다"며 "나 역시 그에게 영감을 받는다. 서로 교감을 주고 받으며 계속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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