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 초청작인 지아장커 감독의 '산하고인'이 3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소극장에서 공개됐다. 감독은 중국 6세대 영화감독의 대표 주자로 불리는 영화 예술가다. 지아장커 감독은 '산하고인'에서 세계와 인간을 바라보는 깊은 시선과 그 시선을 영화로 전환해내는 절대 평범하지 않은 연출력으로 끝내 감동을 선사한다.
1999년 펜양, 타오는 탄광주 아들 진솅과 가난한 리앙즈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진솅을 배우자로 선택한다. 2014년, 타오는 이혼했고 리앙즈는 타지를 떠돌다가 병을 얻어 아내·아들과 함께 펜양으로 돌아온다. 2025년 타오와 이혼한 진솅은 호주에 이민 간다. 18살이 된 아들 달라는 중년의 이혼녀인 미아와 가까워진다.
'산하고인'은 '스틸 라이프'(2006)와 '24시티'(2008) 등 지아장커 영화 미학의 진수를 보여줬던 작품들보다는 다소 평범했다. 중국 현대사의 폐부를 조용히 응시한 뒤 아프게 찌르는 특유의 연출 방식도 없었다. 그러나 '산하고인'은 지아장커 감독 이름 앞에 붙는 '젊은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작품이었다. 30년 가까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해버리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떠난 것과 남겨진 것 되돌릴 수 있는 일과 그럴 수 없는 일 등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이 균열을 말할 수 있고, 설명하기 어려운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수 있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아니다.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산하고인'에 관해 "나의 청년 시절을 회고하며 당시의 삶이 현재까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삶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또한 상상해 봤다"고 말했는데, 지아장커 감독은 '이어짐'과 '전개'라는 자신의 말 그대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 담백한 화법, 젠체하지 않는 대사와 같이 지아장커 영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들과 함께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부를 수 있는 배우 자오타오의 뛰어난 연기도 영화의 품격을 한 단계 올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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