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멥쌀가루에 깨, 콩 등으로 소를 채우고 빚어낸 뒤 솔잎에 쪄내는데, 솔잎을 깔면 송편이 들러붙지 않게 할 뿐 아니라 피톤치드 덕분에 떡의 변질을 늦출 수 있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송편이란 이름 역시 소나무 송(松)자에 떡 병(餠)자를 합한 '송병'에서 유래됐다.
문헌 중 송편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조선 숙종 때(1680년)에 발행된 음식책 요록(要錄)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에는 '백미가루로 떡을 만들어 솔잎과 켜켜로 쪄서 물에 씻어낸다'고 송편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송편이 반달인 이유?
방랑시인 김삿갓은 송편을 집어 올리며 '반달이 둥글게 떠오른다'고 읊었다. 토실토실 낭만 가득한 시인의 감수성이다.
송편이 반달 모양을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삼국사기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삼국사기에 보면 백제 의자왕 때 궁궐 땅 속에서 거북이가 올라왔다고 한다. 거북이 등에는 '백제는 만월이고 신라는 반달'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고 하며 점쟁이는 이를 보고 백제는 달이 차서 기울기 시작할 것이고 신라를 융성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후 신라는 삼국통일을 하게 됐고 조상들은 반월에 풍성함을 담아 송편을 반달로 빚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송편이 반달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제주도는 특이하게 보름달 모양의 둥그런 형태를 취하고 있다. 왜 둥근지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으나 쌀이 귀했던 제주도에서는 명절만이라도 넉넉히 먹자는 뜻을 담아 보름달 모양으로 빚었을 거라는 게 유력하다.
◇각 지방마다 색·멋 담겨
무릇 음식은 먹는 사람 입맛에 따라, 취향에 따라, 구할 수 있는 재료에 따라 제각각인 게 멋이다. 송편 역시 지역별로 색깔도 모양도 다양하다.
음식의 고장 전라도에서는 짙은 녹색 빛깔의 모시송편이 유명하다. 고흥 , 영광 등지에서 삶은 모싯잎과 불린 쌀을 가루로 만들어 빚는데 쌉쌀하고 청량한 맛이 중독성 있다. 모싯잎에는 식이섬유와 칼슘이 풍부해 영양학적인 면에서도 으뜸이다.
화려한 꽃송편도 전라도 특유의 멋이 담겼다. 단호박(노란색), 백련초(붉은색), 흑임자(검은색), 쑥가루(녹색) 등을 사용해 알록달록한 빛깔의 송편 위에 조그만 장식으로 치장한 게 특징. 먹기 아까울 정도로 고운 자태에 눈이 즐겁다.
이와는 반대로 투박한 모양이지만 쫄깃한 맛이 살아있는 강원도 지방의 감자 송편, 도토리 송편도 있다. 감자 송편은 쪄내면 투명한 빛깔을 띄며 쫀득한 맛이 특징이다. 도토리 송편 역시 감자송편과 비슷한 식감을 자랑한다. 도토리가루를 섞어 쪄 낸 반죽에 서리태를 소로 넣어 만든다. 무채를 썰어 속에 넣은 무송편도 있다.
예로부터 호박 농사를 많이 지었다는 충청도는 송편을 빚을 때 호박가루를 사용한다. 찐 호박을 으깨 멥쌀가루에 반죽한다. 노란 색깔에 달콤한 호박향이 눈과 코, 입을 사로 잡는다.
경상도 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칡송편도 있다. 칡의 쓴 맛을 덜어내기 위해 달콤한 팥을 소로 사용한다.
서울 지방은 한입 크기의 작은 송편을 주로 만든다. 오미자, 치자, 송기, 쑥 등을 이용해 오색 송편을 만드는데 귀여운 모양이 앙증맞다.
평안도는 바닷가 지방특색에 맞게 조개모양을 한 송편을 볼 수 있다. 조개가 많이 잡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모시조개 모양으로 떡을 빚었다.
황해도에서는 보통 송편크기의 5배나 되는 손바닥만한 크기로 송편을 빚는다고 한다.
요즘은 고구마, 초콜릿, 바나나 등을 이용한 다양한 모양의 송편이 선보이고 있다.
지금이야 추석 전날 툇마루에 둘러앉아 가족들이 함께 송편을 빚던 정겨운 풍경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옛날 그 풍경이 그립다면 다음 시를 읊어봄직도 하다.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 푸른 풋콩 말아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어 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마디 하면/ 대수풀에 올빼미도 덩달어 웃고/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서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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