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신진아 기자 = 노골적으로 아들을 선호하는 엄마 밑에서 자랐다. 여섯 자식 중 셋째인 오빠는 엄마의 편애를 받았다.
집안의 대(?)를 이을 유일한 아들. 엄마 또한 남아선호사상이 지배하던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여자니까 그게 자연스럽게 느껴졌을 것이다.
다행히 막내인 나는 그 차별의 감정적·물리적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오빠 바로 밑의 언니는 엄마에 대한 서운함이 상당히 컸다. 지난해 팔순을 넘긴 엄마는 아직도 오빠를 가장 우선순위로 챙긴다.
레진코믹스에 연재 중인 웹툰 ‘단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극중 여주인공 단지의 나이는 31세. 그녀 부모는 60대 초반이었다. 우리 부모와 약 20년 정도 차이가 나니까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 시간이다. 그런데도 집안 분위기가 더 불평등했다. '베테랑'의 대사를 빌리면 그저 "어이가 없네"
첫 화부터 ‘단지’의 아픔을 엿볼 수 있다. ‘분가 10개월째, 엄마에게 전화가 오는 경우는 딱 두 경우뿐이다. 첫째 심부름을 시킬 때, 둘째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이 때는 후자의 경우로 아버지가 입원하면서 병 간호할 사람이 필요해진 엄마가 세 자식을 불렀고 그중 딸에게만 간호를 요구한다.
'단지'는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서 노골적으로 차별을 당한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로 작가에게 이 웹툰은 가족에 대한 소심한 복수이기도 하다.
주인공 단지는 경제적 독립과 함께 뒤늦게나마 자아를 찾으려 애쓴다. 이 과정에서 어린 시절의 상처와 쓸쓸한 기억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나 이마저도 새로운 삶의 자양분으로 만들기 위해 스스로를 위로하고 긍정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1일 웹툰전문기업 레진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단지'는 연재 한 달 반 만에 누적 조회수 300만을 돌파했다. 지난 7월8일 연재를 시작한 이 웹툰이 레진 창업 이래 최단 기간 최다 조회수를 기록한 것. 44일 만에 300만을 돌파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최다 조회수인 145만 회의 2배를 넘긴 수치다.
8월31일 기준 레진코믹스 내에서 장르와 연령을 통틀어 전체 부문에서 톱5를 기록했으며, 지난 한달 중 최고 2위까지 올랐다. 구글 애널리스틱스가 추측한 데이터에 따르면 구독자의 70%가 여성이고,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 주 고객층으로 분석됐다.
레진코믹스의 김지아 편집장은 “레진코믹스에서 게재 시작 한 달 반 만에 이런 조회수의 웹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단지’가 특히 주목되는 것은 로맨스나 판타지 같은 전통적 웹툰 장르가 아니라, 젊은이의 가족 문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연재를 결정함에 있어 “마음에 울림을 주는 이야기가 통할 것이라고 봤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폭발적 반응은 예상치 못한 결과. 작가도 예외가 아니었다. 단지 작가는 “이 정도로 호응해줄 줄은 예상하지 못해서 지금도 내 일 같지 않다”며 “여러 방향의 피드백을 다 보고 있다. 모두 소중하게 생각한다. 작품에 더욱 집중해서 관심에 보답하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요즘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는 ‘딸 둘 낳으면 100점, 딸·아들 한명씩 낳으면 50점, 아들 둘만 낳으면 0점’이라는 말이 나돈다. 더 심하게 아들 둘 이상 가진 엄마는 나중에 객사한다는 험한 소리도 들린다. 진짜 이렇게 ‘여존남비’로 확 바뀐 게 맞나? 문득 가정 내 남녀평등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궁금해진다.
jashi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