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A급 전범 후손 "A급 전범 야스쿠니신사에서 분사해야"

기사등록 2015/08/16 17:23:03 최종수정 2016/12/28 15:27:47
【도쿄=AP/뉴시스】김혜경 기자 = 태평양 전쟁 개전 및 종전 당시 일본 외상을 지낸 도고 시게노리(東郷茂徳)의 손자 도고 가즈히코(東郷和彦)가 자신의 할아버지를 포함해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합사되어 있는 14명의 A급 전범들을 야스쿠니 신사에서 분사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도고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14명의 A급 전범들을 야스쿠니에 합사해서는 안 된다"며 "일본이 반성해야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외교적인 방법으로도 문제 해결에 접근해야 한다"고 도고는 밝혔다.

 야스쿠니 신사에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246만6000여명의 위패가 합사돼 있는데,
종전 70주년인 지난 15일 현직 각료를 포함한 일본 국회의원들이 신사를 참배하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도 지난 2013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해 한국 및 중국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의 위패는 일본 정부가 "A급 전범은 연합국이 일방적으로 규정한 것일 뿐, 일본 국내법상으로는 범죄자가 아니다"라고 판결해 1978년 야스쿠니 신사에 추가 합사된 바 있다.

 도고 가즈히코의 할아버지인 도고 시게노리는 제2차 대전을 시작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내각과 전쟁을 끝낸 스즈키 간타로(鈴木貫太郎) 내각 당시 외무상을 지냈다. 도고 시게노리는 전쟁에 반대했지만 20년 형을 선고 받고 옥중에서 사망했다고 도고 가즈히코는 밝혔다.

 "나는 할아버지가 침략자라는 견해를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나 역사는 그렇게 결론지었다. 나도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도고 가즈히코는 말했다. "그것은 연합군의 판결이었다. 우리만의 판결을 내려야 하며, 그것이 내가 할 일이다"고 덧붙였다.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A급 전범 14명 중에는 1941~1944년 일본의 총리를 지낸 제2차 대전의 주범으로 꼽히는 도조 히데키도 있다. 그의 손자인 도조 히데토시(東條英寿·42)는 "나는 악랄한 악당의 후손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산다"고 AP와의 인터뷰를 통해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어려서 자신의 이름이 아닌 "도조 히데키의 증손자"라고 불렸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렇게 불리는 것이 싫었지만 그의 부모님은 그저 그에게 침묵하게 했다.

 도조 히데토시가 그의 증조부의 모습을 처음 접한 것은 30년 전쯤인 초등학교 4학년 때 흑백 기록 영화를 통해서였다. 그가 본 기록 영화 속 증조부인 도조 히데키는 대머리에 안경을 쓰고 콧수염을 기른 모습이었다. 도쿄에서 열린 군사재판에 참석하고 있던 도조 히데키의 모습을 촬영한 기록 영화였다.

 2차 세계대전 주범으로 꼽히는 도조 히데키는 A급 전범으로 2차대전이 끝나고 사형 선고를 받아 1948년 교수형에 처해졌다. 그는 진주만 공격을 감행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을 장기화시켜 미국의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투하를 초래했다.

 도조 히데토시는 어려서 자신의 정체성을 거부하고 싶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또한 어렸을 때 역사 수업 시간을 싫어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주목 받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전쟁 목격자들이 나이가 들어가고 기억이 희미해짐에 따라, 도조는 자신의 생각을 바꾸게 됐다. 그는 자신이 도조 히데키의 손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일본과 전쟁 피해국들이 과거를 넘어서 화해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대통령을 지낸 해리 트루먼의 손자인 클리프턴 투르먼 다니엘에게 연락을 취해 공동 프로젝트를 제안하기도 했다. 트루먼 대통령은 1945년 연합군에 항복을 거부하는 일본에 원자폭탄 투하를 결정해,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됐으며, 일본의 항복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됐다.  

 도조는 다니엘과 비디오 화상회의를 통해 간단히 인사를 주고 받았으며, 그를 더 알고 싶다고 밝혔다. 그들은 무언가 공유할 것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도조는 자신의 증조부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는 조금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다니엘과 자신이 역사적 책임이 무거운 가정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어려움에 대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나와 달리, 다니엘은 승전국의 편이지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을 투하한 사람의 손자로 사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다"고 도조는 밝혔다.

 "나는 우리가 함께 미래 지향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한다"고 도조는 밝혔다.

 chki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