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속편, 영웅 변절에 美 언론 '실망'

기사등록 2015/07/14 11:40:51 최종수정 2016/12/28 15:18:39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소설 '앵무새 죽이기'의 작가 하퍼 리(88)의 두 번째 소설인 '파수꾼'(Go Set a Watchman)은 오는 14일 전 세계 동시 출간될 예정이다. 시차 관계로 한국어판은 15일부터 국내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 열린책들 제공)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미국 소설가 하퍼 리(88)의 유일한 소설 '앵무새 죽이기'의 속편에 해당하는 '파수꾼(Go Set a Watchman)'이 55년만에 14일(현지시간) 출간될 예정인 가운데 일부 미국 언론들이 이 속편에 대해 실망감을 나타냈다.  

  전작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에서 흑인 인종차별에 맞서 올바른 신념을 지켜낸 정의로운 백인 변호사로 그려졌던 애티커스 핀치가 속편에서 인종차별주의자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파수꾼'은 '앵무새 죽이기'의 20년 뒤를 다룬 작품으로 '앵무새죽이기'에서 화자였던 6살의 말괄량이 소녀 진 루이스 핀치(별명 스카우트)가 20대 중반의 숙녀로 등장한다. 시점도 3인칭으로 바뀌었다.

 26살이 된 그녀는 뉴욕에서 살다가 자신의 아버지 애티커스가 있는 고향 앨라배마 주 메이컴(가상의 마을)을 방문하고, 70대 노인이 된 아버지가 인종차별주의자로 변한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백인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누명을 쓴 흑인 남성을 애티커스가 변호하는 '앵무새 죽이기'의 주된 이야기는 '파수꾼'에서는 작은 에피소드로만 등장한다. 스카우트의 오빠 젬은 어른이 되기 전에 죽는다.

 자신과 가족이 살해 위협을 당하면서도 흑인 인권을 위해 노력하던 애티커스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어린 딸에게 흑인 피의자를 변호하는 이유를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데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던 영웅은 "깜둥이가 차떼기로 우리 학교, 우리 교회, 우리 극장에 오면 좋겠느냐"고 스카우트에게 따져 묻고, 인종차별 제도의 폐지를 반대한다.

 전작에서는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던 신념을 갖고 있던 애티커스가 '파수꾼'에서는 편견에 가득찬 노인으로 묘사돼 충격을 준다.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1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의 한 쪽 벽면에는 '파수꾼, 하퍼리 55년 만의 신작! 미국 초판 발행 예정 부수 200만부'라고 적힌 글씨가 걸려 있다.
 극과 극을 오간 반전에 '파수꾼' 원고를 발간에 앞서 입수한 미국 언론은 충격에 휩싸였고 전작의 아쉬움을 채워주는 책이 되리라 기대했던 독자들은 큰 실망을 드러내고 있다.

 '앵무새 죽이기'에 대해 "잊을 수 없다. 생생하다. 품위 있고 설득력 있는 유머와 숭고함이 넘친다"며 찬사를 표했던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파수꾼'을 읽는 것은 큰 실수"라는 혹평을 담은 서평을 내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독자들은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라고 보도했으며, 뉴욕타임스는 "'앵무새 죽이기'에서 자녀들의 롤 모델이었던 애티커스가 '파수꾼'에서 통탄과 환멸의 대상이 됐다"고 혹평했다.

 일부 평론가들은 '앵무새 죽이기'에서 1930년대 미국 남부지방의 사회적 분위기에 비춰 비현실적인 도덕적 롤 모델로 그려졌던 애티커스가 '파수꾼'에서 훨씬 현실적인 인물로 변신하면서 문학적 깊이를 더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미국에서의 초판 발행 예정부수는 200만부이며 국내에서 초판 발행 예정부수는 10만부다. '파수꾼'의 구체적인 내용은 계약상의 이유로 출간 전까지 극비에 부쳐져 있다. 강력한 '신비주의' 전략을 고수하던 '파수꾼'이 국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지 주목된다.  

 한편 1960년 출간된 '앵무새 죽이기'는 인종차별을 주제로 한 소설이다. 미국 전역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하퍼 리는 1961년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이 소설은 1962년 그레고리 펙 주연으로 영화화됐다. '성경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책'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 1위에 오르는 등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면서 최근까지 전 세계적으로 4000만부 이상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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