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 임현제의 설명처럼 밴드 '혁오'(오혁·이인우·임동건·임현제)는 확실히 낯설다. 그러나 그 낯섦은 거부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분명히 익숙하지 않은데 흥미롭고 궁금하다. 왠지 모르게 신선해서 자꾸 듣게 되고 찾게 된다.
공연을 할 때 마이크를 관객 쪽으로 돌리면 "위잉위잉~"(첫 번째 EP '20' 타이틀곡)이라고 함께 불러주는 관객들을 보면서 요즘의 인기를 실감한다는 이들은 그렇게 고작 앨범 한 장, 싱글 한 장을 발매하고 홍대 신 뿐 아니라 대중음악계 전반을 아우르는 '대세'로 떠올랐다.
그런 혁오가 지난 달 발매한 두 번째 앨범 '22'는 여름밤을 닮았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한 뜸 식은 밤 선선하게 부는 바람의 느낌, 모든 활기와 열광이 지나간 후 혼자 남았을 때의 이상한 허무함과 쓸쓸함을 오혁의 목소리로 노래한다.
"첫 앨범 '20'이 19살~21살 때를 노래한 앨범이라면 이번에는 그 뒤의 감정을 담았어요. 가장 집중한 건 인간관계에요. 사실 첫 앨범 나오고 정말 바빴어요. 그 와중에 들었던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죠."(오혁·보컬/기타)
타이틀곡 '와리가리'도 그런 마음을 표현했다. 공을 잡으려고 좌우를 왔다 갔다 하는 놀이 이름인 와리가리에서 제목을 따왔다. '저기 다가온다 기대했는데 또 한 편 언젠가는 떠나갈 걸 이젠 슬쩍 봐도 알아'라며 너무나 쉽게 왔다가 또 금방 떠나버리는 사람들에 대한 허무함을 표현했다.
이들의 감성은 멤버들이 동시에 '마음속의 타이틀곡'이라고 꼽은 수록곡 '후카'(Hooka)에서 두드러진다. 앨범 발매를 기점으로 달라진 사람들의 태도와 거기서 느껴지는 갈등, 불편함에 대해 노래했다. "음악적으로도 이전의 앨범에서 보여준 적 없는 스타일이에요. 우리의 다음을 기대하게 만들어 주는 노래라고 생각해요."(임현제)
이 외에도 앨범에는 정착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과 동시에 어딘가에 정착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세틀드 다운'(Settled Down), 한 달 동안 한 번도 하늘을 못 보고 산 스스로의 삶에 대한 비참한 느낌을 표현한 '큰 새', 스스로를 위한 낭만과 사랑을 하는 나 자신에 대한 '메르'(Mer) 등이 담겼다.
혁오의 음악은 정의내릴 수 없다. "장르에 대한 질문을 저희도 많이 받는데요, 정말 모르겠어요."(임동건·베이스) 한 장의 앨범을 들으며 록인가, 포크인가, 이게 대체 어떤 장르인가 헷갈려 하다가 결국 "정말 모르겠다"는 그들의 말에 고개를 끄떡이게 된다.
"어떤 장르를 지향하거나 지양하거나 그렇지는 않고요. 전달하고자 하는 순간이나 메시지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장르적인 틀을 두고 있지 않아요."(임현제)
단숨에 '대세' 밴드로 떠오른 이들의 바람은 다소 소박하게도 "이 밴드를 오래 하는 것"이다. 동시에 가장 어려운 바람이기도 하다. "밴드로서 오래 하는 게 정말 값지고 의미 있는 일 같아요."(오혁)
그 미래를 꿈꾸며 첫 EP앨범 '20'과 이어지는 그림으로 앨범 아트워크를 만들었다. "우리 앨범이 나중에 쭉 쌓여서 하나의 그림을 완성했을 때, 그건 정말 보기만 해도 행복할 것 같아요."(오혁) 그리고 이들은 그 아카이브의 세 번째 그림을 그리고 있다. '20'과 '22', 사이에 발매한 싱글 '판다 베어'(Panda Bear)까지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앨범이 될 것이라는 게 그들의 예측이다.
"이번 앨범이 여름밤이었다면, 새로 나올 싱글은 오후 네 시에서 다섯 시 정도의 살짝 선선한 느낌을 표현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의 우리를 가장 잘 대변해주는 앨범이 될 것 같아요."(오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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