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퀸' 김선영 "뮤지컬에 모든 것 쏟아내… 콘서트로 재충전"

기사등록 2015/04/22 15:42:51 최종수정 2016/12/28 14:54:02
김선영, 뮤지컬배우(사진=PL엔터테인먼트)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뮤지컬배우 김선영(41)을 무대가 아닌 일상에서 만나면 두 번 놀란다. 소박함에 한 번, 인간적인 면모에 또 한번. 

 '지킬 앤 하이드'의 처연하면서도 강렬한 '루시', '에비타'의 정열적이면서도 총명한 '에비타', '조로'에서 섹시함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집시 '이네즈', '엘리자벳'중 자유분방한 삶과 사랑을 꿈꾸는 비운의 황후 '엘리자벳', '살짜기 옵서예'에서 관능과 지혜를 겸비한 '애랑', '스칼렛 핌퍼넬'에서 프랑스 여배우 출신으로 아름답고 용감한 '마그리트', '위키드'에서 용감하고 지혜로운 '엘파바'….  

 무대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뽐내는 '여왕'(팬들은 그녀를 '퀸'이라 부른다)의 이미지가 강했다. 사랑을 원하면서도 주체성을 잃지 않는 여성 캐릭터는 김선영의 독차지였다  

 20일 오후 가로수길에서 만난 김선영은 진솔하고 꾸밈이 없었다. 그녀가 5월 4~5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여는 단독 콘서트 '더 퀸스 러브 레터(THE QUEEN'S LOVE LETTER)'에서도 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뮤지컬 배우로서 쇼를 하는 개념을 배제하고 음악적으로 팬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는 미니멀한 무대"라고 소개했다. "다른 기획 의도는 없다. 오직 김선영이라는 사람을 보여주고 싶다. 정말 평범하고 소박한 사람.(웃음)"

 선곡 역시 그래서 김선영이 평소에 듣던 곡들로 꾸린다. 어릴 때 오빠 세명에게서 영향을 받아 들었던 곡들. 예컨대, 이문세· 들국화·임재범·퀸·사이먼 앤 가펑클·휘트니 휴스턴…. 성악을 전공한 그녀의 입에서 예상 밖(?)의 명단이 쏟아져 나왔다. "사춘기 시절 내 주변에 흐르면서 정서를 만들어 준 곡들이다."

 김선영은 무대와 일상을 분리한다. "난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고, 잘 놀고 싶지만 그 긴장감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일상을 편안하게 보내고 그렇게 얻은 영감을 무대 위에서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김선영, 뮤지컬배우(사진=PL엔터테인먼트)
 지난 8일 자신의 첫 디지털 음원인 '바라다' 역시 연인, 부모, 주변의 친구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절로 느껴지는데 "말 만큼 잘 챙겨주지는 못한다"고 겸손해했다.  

 콘서트에는 가수 휘성과 힙합 듀오 '배치기'가 나온다. 휘성은 지난해 김선영 남편인 뮤지컬배우 김우형과 뮤지컬 '조로'에서 타이틀롤을 함께 맡은 것을 인연으로 게스트로 나서게 됐다. "사람이 너무 순수하시더라. 콘서트를 수없이 하고 저보다도 훨씬 잘하시는데 무대에 폐를 끼치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하셨다."

 배치기는 휘성이 소개시켜줬다. "랩을 하는 분들이 이렇게 멋있는 줄 최근에야 알았다. 여성 래퍼(엠넷 '언프리티 랩스타')들도 정말 멋있고. 자신이 쓴 가사를 진솔하게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이 래퍼들의 매력이다."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자신의 감정과 이야기를 담아 연기하고 노래하는 김선영과 래퍼는 닮은 점이 있다. "10년 만 젊었어도 아마 랩을 했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같은 소속사 PL엔터테인먼트 후배인 것을 떠나 자매보다 절친한 뮤지컬 배우 조정은과 남편 김우형도 무대에 올라 힘을 보탠다. "정은이와는 누구보다 아끼는 사이다. 우형 씨 역시 사려가 깊은 친구라 누구보다 힘이 많이 되고 있다."  

 단독 콘서트는 2009년 데뷔 10주년 기념 콘서트 이후 6년 만이다. "콘서트 무대가 묘하게 짜릿하더라. 라이브 팬들과 만나는 재미를 느꼈었다"고 웃으며 돌아봤다. 왜 지금 이 시점에 다시 콘서트일까. 일종의 재충전을 위한 '쉼표'라고 했다. 지난해 '엘파바'를 맡아 "모든 것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위키드'(2013년 말 한국 초연)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작품이라, 엘파바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만큼 최선을 다했지. 그 역에 중간에 투입됐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어떤 마음으로 임하는 지가 더 중요했다. 그렇다 보니 감정, 체력 소모가 컸고 휴식이 필요했다."

김선영, 뮤지컬배우(사진=PL엔터테인먼트)
 김선영을 떠올리면 첫 내한공연을 앞둔 미국의 뮤지컬배우 겸 가수 이디나 멘젤(44)이 떠오른다. 작년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서 엘사 목소리를 맡아 '렛 잇 고'를 부른 주인공이다. 그녀 역시 김선영처럼 '렌트' '위키드'에 출연했다. 무엇보다 마흔이 넘어서도 활발하게 활약 중이다.  

 "멘젤이 구사하는 호흡과 연기 톤이 평소에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외모로 볼 때 여성스런 면을 한껏 품는 캐릭터는 아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사랑을 받고 매력이 있다. 그것이 바로 배우의 힘이다."

 뮤지컬배우가 단독 콘서트를 연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류그룹 'JYJ' 멤버 겸 뮤지컬스타 김준수를 제외하고 홍광호, 정성화 등 몇몇 남자 뮤지컬스타만 무대에 올랐다. 1999년 '페임'으로 시작해 어느재 뮤지컬에 데뷔한 지 16년째. 김선영은 수많은 여자 뮤지컬배우들의 롤모델로 자리매김했다. 남자 뮤지컬배우가 주축인 뮤지컬 판에서 '여자 배우'로서 중심축을 붙들고 있는, 몇 안되는 배우다.

 부담이 될 법도 하나 "삶 자체가 의무, 책무 같은 정서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 함께 "남자 배우와 단 한번도 경쟁하거나 이기려고 연기하지 않았다. 나만의 것을 하려고 했지"라고 강조했다. 돌이켜보면, 김선영은 루시, 에비타, 이네즈, 엘리자벳, 애랑, 마그리트, 엘파바를 연기했을 때도 여자 배우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배우'였다.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를 연기하더라도 사람이 성장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 '지킬앤하이드'에서 루시를 연기할 때 데이비드 스완 연출에게 루시를 지킬과 사랑을 이루지 못해서 슬픈 캐릭터가 아닌 한발 한발 자신의 인생을 살기 위해 나아가는 캐릭터로 연기하는데 방점을 찍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인물들을 적극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했다." 여자 팬들이 많고, 남자 팬들이 "멋있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김선영 '더 퀸스 러브 레터', 5만5000~11만원. PL엔터테인먼트·랑. 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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