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을 가득 메운 진달래꽃은 피울락 말락, 애태우는 꽃봉오리들이다. 다양한 소쿠리에 수북이 쌓인 꽃잎들은 어릴 적 어머니가 놋그릇에 수북이 담아주던 고봉밥을 연상케 한다. 그림은 간결하다. 단조로운 구도와 소재, 절제된 색의 조합이 뚜렷하다.
김정수가 한국인의 사랑과 정, 그리움이 녹아있는 진달래꽃을 소재로 작업한 지 16년째다.
1983년 2월 프랑스로 떠나기 전까지 입체 작품을 위주로 해왔던 그는 1984년 파리에서 우연히 만난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의 조언으로 평면작업을 시작했다. 4년 후 프랑스 영주권을 얻은 그는 1990년대 초 정체성 문제로 고민했다. “나는 어떤 작품을 해야 하나.”
그는 “처음 진달래꽃을 소재로 한국적인 정서를 캔버스에 표현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진달래꽃 자체를 그린다고 한국적인 작업이 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햇빛에 반짝이는 반투명의 진달래색을 그리고자 노력했다. 원하는 색을 얻기 위해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물감도 사용했다”며 “이런 실험을 거쳐 지금의 진달래꽃 색이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4년 귀국전에서 수만 번의 덧칠과 시행착오를 거쳐 얻어낸 자연의 빛깔을 품은 진달래꽃을 소재로 한 작품을 본격적으로 소개했다. ‘이 땅의 어머니들을 위하여’ ‘기억의 저편’ ‘축복’이란 제목으로 여러 전시장을 진달래꽃으로 물들였다.
전시장에는 바구니에 가득 담긴 진달래꽃 작품을 비롯해 징검다리 위에 놓인 진달래꽃, 풍경 위에 떨어지는 진달래 꽃잎 등 50여 점이 걸렸다.
그는 “우리에게 새로운 상징이 생긴다면 진달래꽃 작업을 관둘 수 있다”면서 “앞으로 현대적인 미학을 접목한 작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4월1~14일. 02-737-0458
swry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