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방(24·방현성)이 필리핀을 사로잡고 있다. TV만 켜면 보인다. 심야, 새벽, 오전, 오후, 저녁, 밤 시간대에 고루 얼굴을 내민다. ABS-CBN 채널 프로그램(Kapamilya, Deal or No Deal) 등 6편을 오가는 라이언방이 나오는 각 프로그램의 시청자는 2000만~3000만명에 이른다.
5년 전까지만 해도 라이언방 또한 시청자였다. TV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 주목받으면서 ‘일반인’에서 벗어났다.
본격 연예인의 출발은 개그맨이다. 예능프로그램에서 타갈로그어와 영어로 웃기다가 드라마와 영화로 무대를 넓혔고 가수도 겸업 중이다. 현지에서는 호스트(MC), 텔레비전 퍼스낼리티(방송인), 코미디언, 배우, 가수로 소개되고 있다.
아버지(택시기사)와 어머니(주부)는 한국에 있다. 무녀독남인 라이언방은 필리핀에서 홀로 산다. 평범했던 조기유학생이 타국의 제도권 연예판에서 벼락스타가 돼버렸다.
오늘의 라이언방을 낳은 것은 2010년 5월 리얼리티쇼 ‘피노이 빅 브라더’다. 필리핀인을 비롯한 다국적 10대들이 56일 간 한 집에서 동거하며 온갖 미션을 수행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매회 시청자들이 탈락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리들리 국제학교에서 고교과정을 마친 라이언방은 필리핀인 친구의 권유로 멋도 모르고 도전한 ‘피노이 빅 브라더’ 방송기간 마닐라의 라살대학교 경영학과에 합격했다. 그러나 그해 8월 TV쇼(It’s Showtime) 심사위원이 되면서 학업을 뒤로 미뤄야 했다. 라이언방은 48주에 걸쳐 자리를 지킨 최장수 심사위원으로 기록됐다.
2010년 12월 또 다른 TV쇼(Matanglawin)마저 휘저은 라이언방을 2011년 1월 ‘엔터테인먼트 라이브’는 ‘2010년 최고의 아티스트’로 선정하기에 이르렀다. 내친김에 라이언방은 2011년 5월 음반(I Lilly Lilly Like It: Ryan Bang Party Party Hits!)을 내고 가수도 활동영역에 뒀다. 2012년에는 저녁 드라마(Kung Ako’y Iiwan Mo)에 특별출연하기도 했다.
2013년 코미디 시트콤(Home Sweetie Home)에 등장하면서 코미디 리얼리티쇼(Eskwelahan Ni Ryan Bang)도 진행하는 등 맹활약했다. 지난해부터는 코미디 리얼리티쇼(Kaya Mo Bang: The Fudge Barr Adventures)를 주도하는 동시에 가족드라마(Hawak-Kamay)에도 스타출연(stellar cast)으로 모셔지고 있다.
2012년 스크린(Every Breath U Take)으로 진출한 이래 영화도 다섯 작품(Born To Love You, Kimmy Dora and the Temple of Kiyeme, Raketeros, Girl Boy Bakla Tomboy, Shake Rattle & Roll 15: Flight 666)이나 했다.
축구를 즐기는 크리스천인 라이언방은 조국에서도 얼마든지 활동할 수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으므로, 한국에서 보낸 세월이 훨씬 더 긴만큼 우리말 입담 역시 현란하기만 하다.
라이언방을 돕고 있는 필리핀 교민은 “곧 선보일 라이언방의 두번째 앨범 ‘쇼핑’은 필리핀은 물론 한국과 세계에서도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라이언방은 이렇게 그룹 ‘2NE1’의 산다라 박(31), 아키노(55) 대통령의 전 애인인 방송앵커 그레이스 리(33·이경희) 뺨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편집부국장 reap@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