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시스】노수정 기자 =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사건 피의자 박춘봉(55·중국동포)이 7일 구속기소됐다. 경찰 수사단계부터 의심됐던 공범이나 여죄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용정)는 이날 오전 살인·사체손괴·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박씨를 구속기소하고 그 간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범행개요
검찰 발표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4월10일 처음 만나 동거하게 된 피해자 김모(당시 48·여·중국동포)씨가 자신의 폭력적인 성향 등 때문에 집을 나가자 범행을 결심했다.
그는 같은 해 11월26일 수원의 한 마트에서 일하는 김씨를 찾아가 데리고 나온 뒤 같은 날 오후 2시21분부터 약 11분에 걸쳐 수원시 팔달구 매교동 자신의 집에서 김씨의 얼굴 등을 마구 때리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후 시신을 훼손하고, 이를 5곳에 나눠 유기하는데는 만 이틀도 걸리지 않았다.
박씨는 김씨를 살해한 다음 날인 27일 오전 5시부터 28일 낮 12시30분까지 약 31시간30분에 걸쳐 집 안에 있던 흉기를 이용해 시신을 훼손하고, 일부를 새로 가계약한 교동 월세집으로 옮겨 2차 훼손했다.
이어 10개의 검은색 비닐봉지에 담아 수원 팔달산 등산로, 수원천변 산책로 등 5곳에 유기했다. 집에서 가까운 팔달산 등은 걸어서 이동했지만 오목천동 야산은 택시를 타고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동기
박씨는 범행이 있기 약 일주일 전 재결합을 요구하러 피해자의 언니 집에 찾아갔다가 언니로부터 '다시는 (피해자를) 때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평소 피해자를 자주 폭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평소 경제적 문제와 자신의 폭력적인 성향 때문에 피해자와 갈등을 겪던 중 피해자가 지난해 11월4일 집을 나가자 재결합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검찰은 박씨가 피해자와 약 7개월간 동거하면서 의처증이 심해 4차례에 걸쳐 폭행을 하고 중국에서 결혼한 부인에게도 자주 폭력을 행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1984년 결혼해 2명의 딸을 둔 그는 과거에도 부인의 남자관계를 의심해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둘러 오래 전부터 이혼을 요구받았고, 그로 인해 현재 별거 중인 상태다.
이에따라 검찰은 범행동기가 박씨의 의처증, 폭력적인 성향, 만남 이후 지속된 경제적 갈등과 재결합 거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주도면밀한 범행
박씨는 범행 하루 전 일하는 공사현장에 미리 휴가를 내고, 시신을 훼손할 장소를 물색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 때문에 피해자의 가족들은 지난해 12월4일 수원 팔달산에서 최초 몸통시신이 발견됐을 때도 전혀 의심하지 못하다가 4일 뒤인 8일에야 경찰에 미귀가신고를 냈다고 검찰은 밝혔다.
범행에 사용한 흉기나 아직 수습되지 않은 시신 일부는 쓰레기더미 등에 버렸다고 진술함에 따라 증거물로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여전히 우발적 살인임을 주장하지만 피해자와 함께 매교동 집에 들어간 지 약 10분만에 살해하고 범행 당일 교동 월세집을 새로 계약한 점,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수법이 매우 신속하고 치밀한 점 등을 고려하면 계획적인 범행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한편 박씨는 1992년 1월 한국에 처음 입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같은해 9월 불법체류 중 출국조치됐고 이후 1996년 3월 부산항을 통해 밀입국 후 같은해 11월 다시 강제퇴거 당했다.
이어 1998년 12월 가짜 정보로 발급받은 위명여권을 이용해 한국에 들어와 주로 수원에 머무르며 일용직 노동일을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체류기간 중에는 '박철' '이수일' 등의 가명을 썼다.
◇"공범·여죄 없어"
검찰은 CCTV와 계좌추적, 통화내역 조회, 주변 인물 등을 상대로 박씨의 행적을 추적했으나 공범이나 여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직후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지휘와 사건송치에 대비해 온 검찰은 송치 후에도 수원서부경찰서 강력팀 소속 경찰관 2명과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 1명을 파견받아 합동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대검찰청의 현장 재감식, 통합심리분석과 진술분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최면수사 등에서도 공범·여죄는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인터폴(ICPO·국제형사경찰기구)로부터 아직 회신을 받지 못해 중국 내에서의 범죄전력은 확인되지 않았다.
대검찰청 통합심리분석에서는 박씨가 반사회적 경향을 갖고 있으며 일반인 수준 이상의 지능을 보유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검찰은 또 이번 사건이 장기밀매를 목적으로 한 범행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피해자의 장기 상당 부분이 수습됐고 장기이식에는 고도의 전문성과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원지검 김영진 1차장검사는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피해자 유가족 지원과 아직 수습되지 않은 시신 일부를 찾기 위한 수사도 계속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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